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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아에 물 끼얹던 아버지… 아들을 자선가로 이끌다

    김수경 기자

    발행일 : 2020.09.17 / 사람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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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 창업자 빌 게이츠의 아버지, 윌리엄 H. 게이츠 시니어 별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아버지인 윌리엄 H. 게이츠 시니어(94)가 14일(현지 시각) 미국 시애틀 자택에서 별세했다. 유족들은 그가 오랜 기간 알츠하이머병을 앓아왔다고 밝혔다.

    1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시애틀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게이츠 시니어는 빌 게이츠가 어릴 때 아들에게 매우 엄격했다. 방을 청소할 것, 연필 꽁무니를 씹지 말 것, 제때 저녁 식탁에 앉을 것 등을 요구하는 어머니의 말을 빌 게이츠가 듣지 않아 자주 혼도 냈다고 한다. 변호사로 활동한 만큼 수입이 나쁘지 않았지만, 게이츠 시니어는 아들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절대 사 주지 않았고, 자신의 일은 스스로 책임을 지게 했다. 빌 게이츠는 "아버지는 내가 잘하는 것만 하도록 두지 않았다"며 "수영이나 축구처럼 내가 싫어하고 해내지 못할 것 같은 것도 시키곤 했다"고 기억했다.

    어린 빌 게이츠는 반항적 성격이어서 부자간 갈등도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갈등이 폭발했다. 화가 난 게이츠 시니어가 아들의 얼굴에 물을 뿌렸고, 빌 게이츠는 "샤워시켜줘서 고맙다"며 집을 나가기도 했다.

    가족 상담에서 "아들에게는 특별한 교육법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들은 게이츠 시니어 부부는 아들을 시애틀에 있는 사립학교에 보냈고, 빌 게이츠는 그곳에서 컴퓨터를 처음 접했다. MS를 공동 창업한 폴 앨런도 그곳에서 만났다. 몇 년 후 빌 게이츠는 하버드를 중퇴하고 뉴멕시코주의 앨버커키로 이사한 뒤 MS를 창립했다. 게이츠 시니어는 이를 묵인했다. 빌 게이츠는 훗날 "10대 시절 아버지와 충돌했을 때도 아버지의 사랑과 지원이 무조건적인 것임을 깨닫고 있었다"면서 "MS를 창립하기 위해 하버드를 떠났을 때에도 마음이 편했던 것은 내가 실패해도 아버지는 내 편임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이츠 시니어는 아들이 자선재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하는 데도 기여했다. 1994년 변호사 일에서 은퇴하겠다는 계획을 아들 내외에게 이야기하자 빌 게이츠는 "기부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MS를 경영하느라 너무 바빠 제대로 응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게이츠 시니어는 자신이 관련 서류들을 살펴보고 아들의 승인을 받아 수표를 보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수십 상자에 가득찬 기부 요청 서류를 검토하는 아버지를 보며 빌 게이츠는 처음엔 재단 이름을 '윌리엄 H. 게이츠 재단'으로 불렀다. 재단 출범을 위해 1억달러(약 1180억5000만원)를 출연했다. 게이츠 시니어가 자택의 부엌 식탁에 앉아 처음으로 작성한 8만달러짜리 수표는 지역의 암 구호 프로그램에 전달됐다.

    이후 2000년에 이 재단과 또 다른 가족 소유 재단을 통합하고, 빌 게이츠 부부가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 주식을 기부해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출범했다. 게이츠 시니어는 아들 부부와 함께 공동 의장으로 활동했다. 게이츠 시니어는 "내 집에서 내가 해 준 음식 먹고 자란 아이가 내 고용주가 될 줄 몰랐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알리며 빌 게이츠는 자신의 홈페이지 '게이츠 노트'에 아버지와 함께 보낸 시간들에 대해 적었다. 빌 게이츠는 "아버지는 빌 게이츠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매우 멋진 경험이라고 종종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사실 내가 평생에 걸쳐 해온 모든 것은 아버지처럼 되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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