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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49) 뉴욕의 푸드 카트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발행일 : 2020.09.17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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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대도시나 노점상이 만드는 길거리 풍경은 정겹다. 뉴욕의 '푸드 카트'들은 꽤 근사한 주방과 면적을 갖춘 '푸드 트럭'과 달리 겸손하다. 커피, 도넛, 핫도그 등을 취급하는 내부 공간은 지극히 제한적이거나 아예 실내가 없는 경우도 많다〈사진〉. 카트 뒤는 주방이고 카트 앞은 홀이다. 여기에 가지런한 음식의 디스플레이와 식재료 협찬사의 로고가 새겨진 우산 하나면 훌륭한 레스토랑이다. 바쁜 출근 시간에 푸드 카트를 지켜보는 일은 무척 재미있다. 혼자서 주문을 받고, 빵과 음료수를 건네주고, 돈 계산을 하는 동작 하나하나가 질서 있는 춤동작 같다. 길 건너편에 경쟁자 스타벅스가 있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거기는 커피가 다섯 배나 비싸고, 서비스가 그다지 좋지도 않으면서 속도는 느리다. 뉴요커들은 여전히 길거리 커피를 좋아한다.

    뉴욕에는 유명한 푸드 카트가 많다. 사대천왕을 꼽으라면 할렘의 터줏대감 '모스 버거(Mo's Burger)', 30년 전 이집트 이민자들이 창립한 이슬람 음식 전문 '할랄 가이스(The Halal Guys)', 뉴욕 푸드 카트 주인 중 최고령인 '마마 조(Mama Jo)'의 에그 샌드위치, 그리고 꿀에 땅콩을 볶아 좋은 냄새를 풍기는 프랜차이즈 '너트 포 너츠(Nut 4 Nuts)'일 것이다.

    푸드 카트를 운영하는 것은 외롭고 힘들다. 하루 평균 10시간 정도를 꼬박 서 있어야 한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소음, 그리고 절도와 상해의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다. 영업이 끝나면 카트를 청소하고 내일 장사를 위한 준비물을 챙기는 것도 일과다. 하지만 지겹지 않다. 찾아주는 행인들이 매일 다른 그림과 스토리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푸드 카트는 대부분 주인 혼자서 운영한다. 그러면서 친절함과 웃음을 잃지 않는다. 매뉴얼에 따라 기계적으로 접객하는 체인 레스토랑의 직원들과는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코로나 사태로 레스토랑이 모두 문을 닫고 도시가 절간처럼 텅 비었던 지난 6개월간도 자기 자리를 지켰다. 이렇게 길거리에서 수십년간 음식을 팔고 시민들이 아끼면 카트는 더 이상 주인의 것이 아니라 도시의 것이 된다.
    기고자 :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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