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기자의 視角] 전현희 권익위원장의 표변

    박국희 사회부 기자

    발행일 : 2020.09.17 / 여론/독자 A34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는 24년 만에 처음으로 보수 텃밭인 서울 강남을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당시 김종인 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강남 불모지를 개척한 전 위원장을 직접 업어주며 승리를 자축했다. 전 위원장의 강남 당선은 호남의 이정현, 영남의 김부겸에 비견될 정도였다.

    서울대 치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해 '치과의사 출신 1호 변호사'라는 타이틀도 강남 유권자를 사로잡았다. 전 위원장은 정치권에서 나름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계파색도 옅은 편이었다.

    일례로 전 위원장이 변호사 시절이던 2003년 한 일간지에 기고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글은 지금 봐도 곱씹을 만한 내용이 많다. 전 위원장은 "검찰은 정부 기관인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게 돼 있어 정권의 판단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며 "인사권자 눈치를 살피지 않으면 안 되는 인사 제도를 과감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 인사권을 법무부 장관에서 검찰로 이양할 필요성이 있다"며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않은 법무부 장관이 검사 인사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경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마치 취임 이후 정권 비리 수사팀만 콕 집어 '대학살 인사'를 자행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것처럼 들리는 말이다. 하지만 이랬던 전 위원장은 최근 "추 장관은 아들 수사와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권익위 해석을 내놨다. 추 장관은 아들 사건 수사를 뭉개면 영전시키는 식으로 8개월간 동부지검장만 세번을 바꾸며 전 위원장 말마따나 인사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검찰 중립을 훼손했지만 전 위원장은 국회에서 당 대표로 모신 추 장관 손을 들어줬다.

    전 위원장의 표변은 1년 전 '조국 사태' 때의 권익위만 보더라도 도드라진다. 참여연대 대표와 서울대 로스쿨 교수를 지낸 박은정 권익위원장은 국회에 나와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조 전 장관과 관련해 "이해 충돌로 볼 수 있으며 직무 배제도 가능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이 "조 장관은 검찰 수사에 관여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이해충돌이냐"고 윽박질렀지만 박 위원장은 "법령상으로 직무 관련자가 이해 관계자일 경우 실제 권한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떠나 (본인이) 신고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가족 수사를 받는 법무부 장관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권익위 해석은 정반대다. 권익위는 최근 추 장관 아들 의혹을 처음 제기한 당직 사병을 "공익신고자가 아니다"라고 했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전 위원장을 보면서 한때의 '알파걸'도 순식간에 철학 없는 권력 추종자로 돌변해 버리는 문재인 정권의 극악스러운 진영 논리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기고자 : 박국희 사회부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39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