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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적금 6%이자 약속 깨버린 정부

    윤진호 기자

    발행일 : 2020.09.17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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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대통령 지시로 홍보했지만 법개정 안돼 "불가" 일방통보

    현역 군인 박모(22)씨는 지난 8월 휴가를 나와 한 시중은행을 찾았다. 연 6% 이자를 준다고 알려진 '장병내일준비적금'에 가입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은행 직원은 "기본금리는 3.5%(6개월 기준)이고, 정부가 지원해주기로 한 우대금리 1%포인트는 적용받을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기본금리도 5%라고 했는데 나라가 거짓말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른 은행을 찾았지만 그곳에선 같은 상품의 이자율을 2.5~4.5%로 안내하고 있었다.

    16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에서 판매되고 있는 정책 금융 상품 '장병내일준비적금'의 이자는 만기 6개월 이상~1년 미만의 경우 2.5~4%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6개월 이상~2년 만기인 경우엔 5% 이자를 주고 있지만, 정부가 약속했던 6% 이자를 주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이 금융 상품은 2018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병사 봉급 인상에 따라 저축을 장려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을 마련하라"고 지시해 만들어졌다. 국방부와 금융위 등 관계 부처는 그해 8월, 시중은행들과 기본금리 5%에 국가 예산으로 1%포인트 우대금리를 얹어 6% 이자를 주는 '장병내일준비적금'을 출시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비과세 혜택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6~7%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며 현역 장병을 위한 재테크 상품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정부가 주겠다던 1%포인트 우대금리를 지금까지 못 주고 있다. 정부 예산으로 이자를 지원하려면 병역법을 고쳐야 하는데 법 개정을 못한 것이다. 결국 지난 2월 국방부는 각 은행에 "법 개정이 되지 않아 최초 계획했던 1%포인트 추가 금리를 적용하지 못한다고 안내해달라"고 통보했다. 상품을 출시한 지 1년 반이 지나 금리 조건을 슬쩍 바꾼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8년 가을 국회에서 법사위 상정에 실패했다"며 "돈 많은 병사들은 혜택을 더 받고, 그렇지 않은 병사들은 적게 받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법사위원들의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상품에 가입한 한 현역병 부모 A씨는 "사고가 난 라임 펀드나 옵티머스 펀드와 뭐가 다른가"라며 "군인을 대상으로 정부가 사기를 치고 불완전 판매까지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상품을 출시하며 월 최대 불입액인 40만원을 21개월 적립하면 이자로 50만500원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2년 전 일반 적금 상품(평균 금리 2%)에 21개월을 불입할 경우 이자가 15만4000원이었음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준으로 현재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38만5000원으로 12만원이 줄었다.

    장병들은 물론 시중은행들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아직까지도 기본금리 5%에 정부가 1%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해준다고 믿고 찾아오는 군 장병이 적지 않은 데다, 같은 적금 상품의 금리가 1% 안팎으로 떨어져 팔수록 손해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색은 정부가 내고, 은행들은 민원인도 설득해야 하고 손해도 전부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윤창현 의원은 정부 말을 믿고 적금에 가입한 군 장병들에게 약속한 이자를 모두 지급해주기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7월 말 기준 이 상품 가입자는 66만명, 가입 금액은 5855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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