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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벌레에서 딸 바보 아빠로 변신 ＂처음으로 아이와 눈 마주친 순간
후회없이 키워야겠다 생각했어요, 가정과 아이의 소중함 깨달았죠＂

7년 전 결혼 직후 바로 아기가 갖고 싶었지만 외벌이로 넉넉하지 못한 게 늘 걱정이었다. 아이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산 후 책임감을 갖고 성인이 될 때까지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내도 나도 나이가 30대 중후반이다 보니 빨리 아이를 낳는 게 좋다고 결정했다. 2015년 8월 첫째 딸을 낳았다. 아이가 태어나는 과정을 지켜보니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나도 모르게 감동의 눈물도 흘렸다. 탯줄을 자르고 발도장을 찍으니 그제야 실감이 났다. 최근 코로나로 육아의 새로운 도전기를 맞게 됐지만, 이도 잘 극복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일만 알던 삶, 첫째 딸 탄생으로 바뀌어

솔직히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진 일에 대한 사명감이 가족보다 더 컸다. '나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간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임신 중인 아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아내가 섭섭해한 적도 많았다. 하루 중 직장에 최소 15시간에서 많을 땐 18시간 정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눈이 마주친 순간 아이를 후회없이 키워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아이가 뒤집고, 옹알이를 하고, 앉고, 기어 다니고, 걸음마까지 하는 모든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일벌레가 가정과 아이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공무원 월급으론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14년을 몸담았던 공직을 떠나 지금은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아이로 인해 인생의 전부였던 첫 직장을 떠난 셈이다. 2019년 10월엔 둘째 딸이 태어났다. 아이가 둘이 되면서 초반엔 육아가 100배 정도 더 힘들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두 딸이 같이 노는 모습을 보면 둘째를 가진 게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두 딸이 주는 행복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둘째가 커가며 재롱을 부리는 것을 보면 너무 행복해 아내와 가끔씩 '하나 더 낳을까' 이야기하곤 한다. 돌이 지나면 애들은 알아서 크는 것 같아 힘든 것도 줄었다.

◇코로나 육아의 도전…주차장 캠핑 가기도

코로나는 육아에 새로운 도전이었다. 첫째는 밖에 나가지 못하니 답답해하고, 유치원도 온라인 수업과 출석을 번갈아 하다 보니 혼란을 느끼는 것 같았다. 갓 돌이 지난 둘째는 더 안타깝다. 첫째는 돌 무렵부터 동물원·수족관에 자주 갔지만 둘째는 그렇지 못하다. 외출을 거의 못 하다 보니 낯선 사람을 보면 잘 울기도 한다. 이런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코로나로 인한 무기력함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고,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텐트를 들고 주차장 구석 등 사람이 드문 곳에 가 캠핑 아닌 캠핑을 한다. 한 달에 두 번꼴로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한 대학교 주차장에 텐트를 친다. 작은 텐트 안이지만 김밥·컵라면·주먹밥 등을 나눠 먹으면 가족 모두 엄청 좋아한다. 가끔은 대부도 주차장을 찾기도 한다. 집에선 쿠키 만들기, 종이접기, 보물찾기, 미니 두더지 게임을 하면서 지루함을 달래고 있다.

이런 생활은 두 아이가 태어나기 전엔 상상도 못 했다. 주변 친구들도 '애가 생기더니 사람이 180도 달라졌다'며 놀란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틀에 박힌 일상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업무 스트레스는 술로 풀었을 것이다. 아내는 하염없이 일벌레 남편을 기다리며 지루한 날을 보냈을 것이다.

두 아이로 인생에 큰 변화가 생겼고, 매일 또 다른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아이를 낳는 것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아이는 무한한 행복을 준다'고 일러주고 있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다 갖춘 후에 낳으려는 생각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힘든 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아이들은 이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을 선물해준다. 기고자 : 최상기 법무법인 화우 전문위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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