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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홍 사학연금 자금운용단장

"코로나로 지금은 고생 중이나 추후 반등이 기대되는 국내외 여행·호텔·공항 등에 선제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규홍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CIO)은 19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올해 투자 방향을 공개했다.

사학연금은 운용 자산 규모가 21조원으로 4대 공적 연금 중 국민연금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이 단장은 NH-Amundi·이스트스프링 자산운용 CIO 등을 지낸 25년 경력 투자 전문가다. 사학연금의 투자 방향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이 단장은 "재생에너지·발전 같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컴퓨터 등 IT 인프라, 공유 차량·자율주행 같은 뉴모빌리티 산업도 사학연금의 주요 투자 대상"이라고 밝혔다.

투자 환경은 수년 내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을 정도로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유동성(자금) 지원 정책을 꼽았다. "이미 미 연준(Fed)은 적정 수준 이상의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용인하겠다고 천명했고, 유럽·일본 등 미국 외 지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거의 없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금년 중 미국의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미 국채 금리 상승세도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평가했다. 연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논의는 코로나 백신 보급이 확산되고, 글로벌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는 내년부터나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단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경제 시스템 내부 부채 문제로 발생해 회복이 더뎠던 반면, 코로나 위기는 외부 쇼크로 인한 위기(event-driven crisis)로 회복이 상대적으로 빠른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글로벌 금융 위기, 유럽 부채 위기 대비 코로나 충격에서 투자 시장이 빨리 반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주식과 금 등 상품 가격이 이미 많이 올랐지만 추가 상승 여지가 있는 것으로 봤다. 주식의 경우 "대체 투자 자산인 채권이 글로벌 저금리로 인해 비싸져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아직도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 차원의 투자 전략으로는 정반대 성격의 자산군에 투자하는 바벨 전략을 추천했다. 바벨 한편엔 경기 사이클과 상관없이 구조적 성장이 예상되는 IT 플랫폼·반도체·언택트 소비 등 관련 주를, 다른 한편엔 코로나 회복 수혜가 클 것으로 보이는 화학·정유·제철·기계·조선·건설 등 전통 산업을 골고루 담을 것을 제안했다. 해외에선 올해 빠르게 회복할 걸로 예상되는 아시아 신흥국과 전통 산업에서 강점을 가진 독일 등이 유망할 걸로 내다봤다.

국내시장과 관련해선 "투자 현장에서 만나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해 국가로 뭉뚱그리지 않고 경쟁력 있는 개별 기업으로 세분화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5월에 일부 재개키로 한 공매도(空賣渡)에 대해선 "약간의 부작용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증시를 건강하게 만들고 적정 가격을 유지시켜 줄 것"으로 평가하며 "재개해도 증시에 큰 충격은 안 줄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투자 위험 요인으로는 물가 상승으로 연준 정책에 변화가 생길 경우 시장 금리가 급등하며 증시가 큰 폭의 하락 조정을 받을 수 있는 점을 들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후 산적한 경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코로나가 닥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이 또 투입되고 있어 내부 부채 문제 악화는 불가피할 걸로 봤다.

따라서 개인들이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현상은 조심하라고 주문했다. 이 단장은 "투자는 원래 위험을 감내하는 행위다"라며 "자산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 투자 결정을 하되 하락기에도 견딜 수 있는 여유 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고자 : 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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