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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출판업에 호황은 없었다는 말은 아마도 단군 이래 가장 오래된 농담 중 하나일 것이다. 어떤 농담의 수명이 이토록 끈질기다는 사실은 그 농담이 일종의 진실을 포함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미디어인 책은, 경쟁자들의 속도와 흥미와 자극을 따라잡기 어렵다. 활자를 읽어 몸에 새겨야 할 세대의 인구는 갈수록 줄어든다. 쓰는 사람은 물론 읽는 사람더러 대중이라 칭하기 어려운 시기다. 소수 취향을 위한 사양 산업. 출판업이 처한 현실의 냉정한 평가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학기부터 모 대학에서 강의를 한 과목 맡아 하게 되었다. 과목명은 '출판 편집의 이해와 실습 및 창업' 커리큘럼이라는 게 다수 그러하겠지만 이름 참 거창하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실습이 아닌 실전을 몇 년씩이나 치르고도 출판 편집의 온전한 이해에 실패했음은 물론이고, 창업이라는 것도 햇병아리가 길고양이가 곁에 선 마당에 아슬아슬 첫발을 내디딘 상태에 불과한데 말이다. 문제는 강사의 능력과 현실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가 바꾸어버린 새로운 풍경의 대표적 사례가 캠퍼스일 것이다. 강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지만 캠퍼스에 간 적이 없다. 모든 수업은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대체되었다. 학생이나 강사 모두에게 잔인한 시절이다.

온라인 수업의 어려움을 차치한다 하더라도, '출판 편집'이 대학 강의로서 존립 가능한 것일까? 근래 문예창작과 중심으로 관련 강의가 속속 개설되고 있는 건 실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수업이라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나로서도 학생들이 최대한 편집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서 수업에 임한다. 그러나 출판업에 호황은 없었고, 호황 아님은 곧 불황이라는 뜻이며, 그건 수강생들이 취업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설 그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이 시간도 신입 편집자 채용은 가뭄의 콩보다 적다. 화상으로 매주 만나는 이 친구들은 이 좁은 문을 어떻게 통과할까? 이 문을 통과하는 게 이들 인생에 좋은 일일까? 돼먹지 못한 의문이 곰곰 피어오른다. 곧 수업을 시작한다. 고개를 저어 의문을 치워버리고, 다시 시작한다. 출판 편집의 이해의 실습 및 창업을.

※4월 일사일언은 서효인씨를 비롯해 조숙경 작가·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자, 이지나 여행작가·'서울 재발견' 저자,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 정중원 초상화가가 번갈아 집필합니다.

기고자 : 서효인 시인·출판사 안온북스 대표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17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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