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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국방장관 이어 3軍 총장 사퇴 대혼란

최근 브라질이 전 세계 최악의 코로나 피해국으로 떠오른 가운데 자이르 보우소나루(65) 대통령의 무리한 국정 운영에 반발해 군(軍) 수뇌부가 일제히 사퇴하는 등 브라질 국정이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국방장관이 사퇴를 발표하자 다음 날 육·해·공 3군 총장이 사퇴를 선언했다. 군은 극우 포퓰리스트인 보우소나루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는데 그 기반이 흔들리면서 "보우소나루 정권 몰락의 서막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위기는 지난 29일 보우소나루계(系)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외교장관이 사의를 표하면서 표면화됐다. 그는 지나친 친미 외교 노선으로 비판받았고, 코로나 국면에선 백신 수입을 제대로 못해 '백신 외교 실패의 원흉'으로 낙인찍혔다. 의회는 그의 사퇴를 압박했고, 지난 27일 외교관 300여 명도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공동 편지를 공개했다. 보우소나루는 소폭 개각을 통해 일단 정국을 돌파하려 했다. 외교 장관을 희생양 삼아 위기를 넘어보려 한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아라우주 장관 축출로 보우소나루가 고비를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엔 페르난두 아제베두 국방장관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며 같은 날 사임을 발표했다. 30일 CNN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자신의 뜻과 달리 각 주지사들이 코로나 봉쇄 조치를 시행하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는 뜻을 군에 전하고 '대통령 공개 지지 선언'을 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하지만 아제베두 장관은 "군은 국가를 위한 기관"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항거였다. 보우소나루는 또 부패 혐의로 기소된 룰라 전 대통령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한 연방대법원을 비판하지 않았다며 군부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보우소나루는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을 포함해 장관 6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발표했다. 하지만 곧바로 육·해·공 3군 총장이 국방장관 교체에 반발해 동시 사퇴를 발표, 대통령에게 타격을 가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도미노 사퇴'는 정권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우리시우 산토구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 교수는 "브라질 정부 전체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2018년 부패 척결과 치안 회복 등을 내세워 좌파 후보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된 보우소나루는 독재 찬양과 정적·언론에 대한 막말 등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렸다. 특히 코로나 초기부터 "가벼운 독감"이라며 심각성을 무시하는 등 코로나 방역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31일 현재 브라질의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1270만명, 32만명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요즘엔 하루 확진자가 8만~9만명씩 쏟아지고 있다. 상파울루 등 대도시에서도 중환자실 병상과 산소가 부족할 정도로 의료 체계가 붕괴돼 사망률도 높아지고 있다. 여론이 악화하면서 정치권 등에선 보우소나루 탄핵 주장도 터져나오고 있다.

브라질 정치학자 레오나르도 바레토는 "코로나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는데도 중앙 정부 차원의 강력한 리더십은 찾아볼 수 없다"면서 "부패의 대척점에 있던 보우소나루의 장점이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단점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이달 초 부패 혐의를 완전히 벗은 룰라 전 대통령의 존재도 보우소나루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변수이다. 지난 8일 브라질 대법원은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룰라에 대한 실형 선고를 모두 무효화했다.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룰라가 내년 대선에 다시 출마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상태이다. 정치학자 루치아노 디아스는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보우소나루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약한 상태"라며 "지금 상태라면 보우소나루의 재선 가능성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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