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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 배경은 7년만에 복귀… 8일 개막 롯데렌터카 오픈 출전

열다섯 살 때 일찌감치 프로 전향해 이듬해 한국 여자 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한국과 미국 투어를 14년간 누비다가 스물아홉 살에 은퇴했다. 그런데 배경은(36)은 "이제 골프를 좀 알겠다"고 한다.

그래서 7년 만에 돌아왔다. 선수들 사이에서 '지옥문'으로 통하는 혹독한 시드전을 31위로 통과해 올 시즌 국내 투어에 복귀한다. 최근 그가 레슨하는 서울의 한 연습장에서 아침 일찍 그를 만났다. "지인들이 시드전 명단에서 이름 보고 당연히 동명이인인 줄 알았대요. 배경은2 아닙니다. 저 맞습니다!"

최연소 타이틀에 익숙했던 그는 이제 최고령 현역으로 투어를 뛰게 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살 빼려고 골프를 시작했는데, 불과 4년 만에 프로가 됐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부모님께 부담 주기 싫어 빨리 돈을 벌고 싶었고, 어차피 고생할 거 조금 일찍 시작했다"고 한다. 고1 때 투어 데뷔하자마자 메이저 대회에서 덜컥 우승했다. "우승이 뭔지도 몰랐죠. 그냥 열심히 하려는 생각밖엔 없었어요."

스무 살이던 2005년 정점을 찍었다. 미국 2부 투어 2승을 올려 1부 투어 티켓을 따냈고, 국내선 7개 대회만 치르고도 상금왕을 차지했다. 국내 투어 통산 3승을 거둔 그는 '3년 안에 안니카 소렌스탐급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품고 2006년 야심 차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했다. 하지만 2012년 손목 부상이 악화돼 국내 복귀하기까지 우승이 없었다.

매일매일이 "전쟁이고 지옥"이었다. "10대와 20대 시절을 골프에 다 바쳤잖아요. 소풍도 수학여행도 가본 적 없고, 할 수 있는 거 다 포기하고 매달리는데도 안 되니까 자괴감에 시달렸죠. 무조건 집착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는 "돌아보면 감각에 의존하는 내 방식에 한계가 있었다. 왜 이렇게 쳐야 하고, 이런 상황일 때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제대로 몰랐다"며 "숫자의 노예가 되어 세상 고뇌 다 짊어지고 살았다"고 했다.

2014년 은퇴 후 배경은은 골프 방송 리포터, 레슨 등을 맡아 바쁘게 지냈다. 이때부터 모든 짐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골프를 탐구해나갔다. 스윙을 교정했고, 유튜브 교습가들의 다양한 이론을 직접 검증해봤다. 선수 시절 피로 쌓일까 봐 망설였던 체력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프로암 행사와 레슨 등으로 1년에 라운드를 200회쯤 했으니, 선수 때보다 더 자주 나간 셈이라고 한다. 은퇴 후 기록한 홀인원이 6번. 2014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가 246야드였는데, 요즘도 240~250야드쯤 나간다.

배경은은 "골프가 좋아졌어요. 진짜 재미있어졌어요"라고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여유가 생기니 뒤늦게 골프를 깨달았다는 얘기다. "선수 시절엔 당장 눈앞의 한 타에만 매달렸죠. 기술이든 체력이든 남보다 나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조건과 상황을 이용해서 치면 돼요. 훅이든 슬라이스든, 그날그날 내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임이에요. 그래서 골프를 잘하려면 나를 잘 알아야 해요."

지난 2월 그는 제주도에 가서 가장 자신 있는 아이언샷을 단련했다. 오는 8일 개막하는 2021시즌 첫 대회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을 준비 중이다. "피로 해소 속도가 관건이에요. 잘 칠 자신은 있는데 18홀 걸어다닐 자신이 없네요!" 은퇴 후가 막막한 후배들에게 배경은은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그는 "후배들 앞에선 입은 닫고 지갑은 열겠다"며 "내가 이렇게 말 많고 밝은 사람인지 예전엔 정말 몰랐다"고 했다. 기고자 : 최수현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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