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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99년만에 가장 일찍 핀 서울, 꽃길마다 인파
코로나 확진은 하루 500명대… 재확산 우려

31일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뒤편의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 영등포구청 관계자들이 벚꽃길 1.7㎞ 구간의 차로, 인도에 붉은색·흰색의 플라스틱 바리케이드 20여개를 촘촘히 세우며 길을 막기 시작했다. 이어 주황색 경광봉을 들고 "통제 시작하니까 나가주세요"라며 벚꽃 구경을 하던 시민들을 내보냈다. 원래 코로나 예방을 위해 벚꽃길 차로는 1일, 보행로는 2일부터 출입 통제하기로 했지만, 벚꽃이 예상보다 빨리 만개(滿開)하자 지자체가 통제를 부랴부랴 31일로 앞당긴 것이다.

오전 8시 55분쯤 도착해 잠깐 벚꽃을 구경하다 길 밖으로 밀려난 이모(63)씨는 "지방에 오래 살다가 작년에 서울로 올라왔는데 여의도 벚꽃길 보는 게 평생 소원이었다"며 "시간이 짧아 아쉽지만 5분이라도 봐서 다행"이라고 했다. 오전 10시쯤 자전거를 타고 벚꽃길 입구에 도착한 이명수(67)씨는 "벚꽃 보려고 경기도 부천에서 자전거 타고 30여㎞를 달려왔다"며 "내일부터 통제인 줄 알았는데, 할 수 없이 안양천이라도 가봐야겠다"고 했다. 이날 내내 만개한 여의도 벚꽃을 보기 위해 찾아든 시민들과 이를 막으려는 구청 직원들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99년 만에 벚꽃이 가장 이르게 핀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 벚꽃이 조기 개화하면서, 벚꽃을 즐기려는 인파가 곳곳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30일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나흘 만에 500명대로 치솟으면서, '화사한 봄' 속 코로나 확산 우려도 나오고 있다.

31일 오후 1시, 한낮 최고기온이 20도를 넘는 화창한 날씨에 서울 곳곳의 벚꽃 명소에는 상춘객(賞春客)이 몰렸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는 점심을 먹고 산책 나온 직장인과 가족 단위 방문객 등 수천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옆 사람과 2m 간격은커녕 마주 오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지 않고는 지나기 어려울 정도였다. 호숫가 벤치 역시 촘촘하게 몸을 붙인 채 앉은 사람들로 만석(滿席)이었다. 송파구가 코로나 우려로 1일부터 산책로를 막기로 해, 이날이 벚꽃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강모(26)씨는 "야외인 데다 마스크도 쓰는 만큼 코로나 걱정이 없었는데, 막상 와보니 평일인데도 사람이 너무 많아 놀랐다"고 했다. 구청에서 나온 감시원들이 '마스크 착용 필수' '음식물 섭취 금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돌아다녔지만, 곳곳에 마스크를 내린 채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벚꽃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때도 웃는 얼굴을 드러내기 위해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이 자주 목격됐다.

고궁과 양재천, 서울숲, 서울대공원 등 벚꽃을 즐길 수 있는 곳에는 대부분 벚꽃 인파가 몰렸다. 아내와 아이 3명을 데리고 양재천에 산책 나온 우일환(40)씨는 "모처럼 미세 먼지도 없어서 가족들과 함께 벚꽃을 보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낮 12시 30분쯤 덕수궁 입구는 식사를 마치고 궁 내 벚꽃을 즐기려는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크게 붐볐다. 동료와 사진을 찍던 직장인 김모(34)씨는 "요즘 계속 실내에만 있었는데 날씨도 좋고 꽃도 예뻐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벚꽃 놀이'가 자칫 코로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해도 음식을 먹고 대화하며 코로나가 확산할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며 "벚꽃은 내년에도 볼 수 있으니 올봄에는 모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