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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라인 왜 빨리 못 늘리나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시장의 절대 강자인 TSMC와 2위 삼성전자는 매년 막대한 설비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30조원을 투입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삼성전자도 2030년까지 파운드리 라인 증설에 133조원을 투자한다.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반도체 수급 부족은 왜 쉽게 해결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첨단 장비와 고급 인력이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 곳곳에서 병목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삼성전자가 30조원을 들여 평택2공장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라인은 2018년 1월 공장을 착공했고, 라인 설치는 지난해 5월 시작했지만 올해 하반기에나 제품 생산이 시작될 전망이다. 스마트폰이나 가전 공장은 착공부터 가동까지 빠르면 6개월이면 충분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고가의 장비 설치와 수천 가지의 공정을 일일이 최적화하고 수율을 끌어올리는 과정에 그만큼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정전으로 멈췄던 미국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 정상화에만 6주가 걸릴 정도로 반도체 생산은 초정밀 기술이 필요한 분야"라며 "특히 새로운 기술이 적용될 경우에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무조건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공장을 무한정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반도체는 설계·생산이 분업화돼 있는데 분야별로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반도체 장비의 경우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제조 업체 ASML이 독식하고 있다. ASML이 생산할 수 있는 장비 수가 한정돼 있다 보니 공장을 짓고도 장비가 없어 가동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화학 약품의 경우 일본 신에츠 실리콘 등 일부 업체의 비중이 절대적이고, 반도체 제작을 위해 필요한 제조용 틀(마스크)은 미국 시놉시스·캐던스가 쥐고 있다. 이들 모두 밀려든 주문에 풀가동되고 있어, 새 공장을 위한 별도의 설비·부품을 공급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반도체 업계에는 새로 뛰어드는 업체 자체가 거의 없어 단시일에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고자 : 박건형 기자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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