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우리 정부 ＂일정대로 하되 상황 주시＂

독일이 만 60세가 넘는 고령층에게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히기로 결정했다. 이 백신을 맞은 젊은 접종자 가운데 10만명당 한 명꼴로 '혈전(血栓·핏덩어리)'이 생긴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자 60세 미만 접종을 중단한 것이다.

독일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지난 30일(현지 시각) 16개 주 보건장관과 가진 긴급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은 한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AZ 백신 효능 검증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고령층 접종을 제한했는데 이번엔 혈전 부작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독일 정부가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젊은 층 접종 제한'에 나선 것이다. 현재 노르웨이, 덴마크는 전 연령에 대해 AZ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와 스웨덴, 캐나다 등도 55세 이상만 AZ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나라별로 대응이 달라 AZ 백신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국내에선 8일부터는 젊은 층이 많은 유·초·중등 보건 교사 등 6만여명을 대상으로 AZ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정세균 총리는 31일 "(올 6월 AZ 백신 접종이 예정된)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 선생님에 대한 백신 접종을 최대한 앞당겨 시행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독일 등 사례를 거론하며 AZ 백신 접종률 하락 등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이 60세 미만에게만 AZ 백신 접종을 결정한 것은 뇌정맥동혈전증(CVST) 때문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은 AZ 백신이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있고 안전성도 검증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CVST만큼은 '계속 논의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CVST는 뇌의 혈액을 심장으로 운반하는 뇌정맥에 혈전이 발생해 뇌의 기능에 손상을 주는 질환이다. 독일 내에선 약 270만명이 AZ 백신을 접종했는데, CVST 증상 의심 사례가 31명 나왔다. 약 10만명당 1명꼴로, EMA가 유럽에서 발생했다는 증상 보고 비율(100만명당 1명꼴)보다 10배쯤 높다. 31명 중 29명이 20~63세 여성이고, 2명은 36·57세 남성이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이 자체 판단으로 AZ 접종 제한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당초 일정대로 젊은 층에 대한 AZ 백신 접종을 추진하되, 유럽 등 다른 나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박영준 코로나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31일 브리핑에서 "외국의 (AZ 백신 접종) 연령 제한과 관련해서는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연령 제한을 할지, 남녀 제한을 할지 계속 관찰하면서 WHO(국제보건기구)나 유럽의약청에서 공식적인 견해나 발표가 있으면 내부적으로 전문가들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국민이 백신 접종을 신뢰하게 하려면 60세 미만 여성에게는 백신 선택권을 주는 게 맞을 것"이라고 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교수는 "현재 65세 미만 젊은 층도 기존 계획대로 AZ 백신을 접종할지 여부는 당국에서 전문가들과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표] 4월 1일 시작하는 일반 국민 백신 접종 가이드 기고자 : 김성모 기자 최은경 기자
본문자수 : 158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