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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위선을 나타내는 속어가 '내로남불'이라면 일본에서는 '니마이지타(二枚舌)'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혀가 두 겹이라는 의미로, 입장이나 처지의 유불리를 따져 일구이언하거나 식언(食言)하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신뢰할 수 없거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므로 비난의 강도가 꽤 센 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정치인 등의 사회적 공인에게 니마이지타라는 평판은 치명적이다.

니마이지타는 직관적으로도 그 의미를 유추할 수 있지만, 저절로 만들어진 말이 아니라 불교의 십악(十惡) 중 하나인 양설(兩舌)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 있다. 불교의 십악은 몸[身], 말[語], 마음[意]과 관련된 악업(惡業) 10가지를 말하는데, 말과 관련된 구사(口四) 악업으로는 양설 외에 망어(妄語), 악구(惡口), 기어(綺語)가 있다.

망어는 사람들을 속일 목적으로 하는 거짓말, 허언을 말한다. 양설은 서로 다른 말을 하여 사람들의 사이를 가르고 신뢰를 훼손하는 이간질, 악구는 남을 괴롭히고 헐뜯을 목적으로 행하는 욕설, 비방, 중상(中傷)을 말한다. 기어는 환심을 사기 위한 교언(巧言), 감언(甘言) 또는 사리에 맞지 않는 핑계, 궤변을 말한다. 인과법과 업보에 따라 악업을 쌓으면 그를 행한 자에게 반드시 좋지 않은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다.

선거 시즌이 다가오니 정치인들의 말잔치가 현란하다. 하루하루 삶이 고달픈 장삼이사의 입장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새 세상이 올 것처럼 미사여구(美辭麗句)를 쏟아내는 정치인들에게 큰 기대를 갖기 어려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루소는 현대 대의민주주의에 대해 '투표를 할 때만 주인이 되고 선거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가는 제도'라고 돌직구를 날린 바 있다. 노예로 돌아갈 때 돌아가더라도 누가 더 망어, 악구, 양설, 기어에 해당하는 악업을 쌓고 있는지 잘 분별하여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민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기고자 :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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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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