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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막 D-1

2021시즌 프로야구가 3일 한화-KT, KIA-두산, LG-NC, 롯데-SSG, 삼성-키움(이상 14시)의 개막전으로 일제히 막을 올린다.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대장정을 앞두고 조선일보 스포츠부 야구팀이 10구단의 운명을 쥔 키플레이어를 선정했다.

간판스타 노리는 NC 송명기 - 구창모 공백 메울 국내 에이스

2020시즌 챔피언 NC는 큰 전력 누수는 없다. 나성범이 미국 진출에 실패해 팀에 남았고, 양의지와 박민우 등 기존 핵심 선수들도 건재하다. 타선은 여전히 강력하고, 불펜진도 큰 변화는 없다. 선발 투수 부상이 유일한 문제다. 구창모가 왼팔 피로 골절로 당분간 출장이 어렵다. 웨스 파슨스도 어깨 상태가 좋지 않다. 그만큼 송명기의 역할이 중요하다. 작년 한국시리즈 4차전 승리 투수로 깜짝 스타가 된 그가 진짜 스타로 거듭나야 한다. 송명기가 잘 던져야 2연패를 노리는 NC가 초반 분위기를 잡을 수 있다.

두산 김재환, 장타를 부탁해 - 최주환·오재일 몫까지 해줘야

두산은 최주환과 오재일이 FA로 팀을 옮겼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차례 정상에 오른 밑거름이 됐던 장타력에 균열이 생겼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그래서 더욱 "4번 타자 김재환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2018시즌 44홈런 133타점으로 시즌 MVP에 올랐던 김재환은 작년에도 30홈런 113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타율(0.266)과 OPS(0.867)는 저조한, '공갈포' 야구를 했다. 그는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 시원한 장타를 뽑아내야 자신도 살고 팀도 산다.

KT 소형준, 2년차 징크스가 뭐죠 - 작년 신인왕, 올해는 다승왕 도전

KT는 소형준·배제성·고영표 등 국내 선발진이 10구단 가운데 가장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작년 신인왕 소형준이 올해 '2년 차 징크스' 없이 활약하는 게 중요하다. 그는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며 많은 이닝을 소화해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KT는 막내 에이스 소형준이 든든하게 버텨준다면 2년 연속 가을 야구 도전이 한결 수월해진다. 그는 3일 개막전에서 한화를 상대한다. KT가 국내 투수를 개막전 선발로 올린 것은 팀 창단 후 처음이다.

LG 함덕주, 굴러온 복덩이 되나 - 팀 옮기자마자 제3선발 기대

LG는 10구단 중 선수층이 가장 두껍다. 더블 스쿼드를 꾸릴 수 있는 야수진과 고우석·정우영을 앞세운 불펜진은 정상급이다. 반면 선발진은 고민이다. 외국인 '원투펀치'는 강력한데, 뒤받칠 국내 선발진이 약하다. 지난해 선발로 활약한 임찬규와 이민호가 컨디션 문제로 당장 나서긴 어렵다. LG는 최근 두산과 트레이드를 통해 함덕주를 얻었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호투하며 LG 선발진에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라이벌 두산에서 온 함덕주가 '굴러온 복덩어리' 소리를 들어야 한다.

김하성? 이젠 키움 김혜성 - 공수 중심 잡아줄 주전 유격수

키움의 미래를 이끌 선수로 꼽히는 김혜성은 고교 때까지 유격수를 봤다. 하지만 그동안 김하성에게 밀려 2루와 3루, 외야로 옮겨 다녔다. 그는 그러면서도 지난 시즌 타율 0.285(7홈런)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프로 5년 차를 맞이한 올 시범경기에서도 타율 0.579, 6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홍원기 감독은 김혜성이 내야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강정호가 떠난 뒤 김하성이 빛났다. 이젠 김혜성이 메이저리그로 간 김하성 대신 자신의 존재감을 빛낼 차례다.

양현종은 잊어라, KIA 이의리 - 감독이 벌써 점찍은 고졸 루키

루키가 개막 시리즈 2차전 선발을 꿰찼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KIA에 입단한 좌완 이의리는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미국 도전을 택한 양현종의 빈자리를 채웠다. 고졸 신인이 2선발로 데뷔 시즌을 시작하는 것은 KBO 역사상 여섯 번째다. 이의리는 롯데와 벌인 시범경기에서 5이닝 동안 무실점(7탈삼진)하며 맷 윌리엄스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KIA는 브룩스·멩덴을 받칠 국내 선발진이 약하다는 것이 고민이었다. 이의리가 기대 이상 호투를 펼친다면 그 고민이 눈 녹듯 사라질지도 모른다.

받은 만큼 보여줄게, 롯데 안치홍 - 몸값 56억… 테이블세터로 출격

롯데 타선은 몸값에 비해 그 위력이 아쉽다는 평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안치홍을 너무 비싸게 샀다'는 말이 나온다. 2019시즌을 마치고 롯데와 '2+2년'에 최대 56억원 FA 계약을 맺은 안치홍의 계약 첫해 성적은 타율 0.286(8홈런)에 그쳤다. 타순도 5번에서 시작해 7~9번까지 떨어졌다. 안치홍은 올해 테이블세터로 변신할 전망이다. 시범경기에서 주로 1번 타자를 맡아 맹타를 휘둘렀다. 롯데의 돌풍이 봄을 넘어 여름과 가을까지 이어지려면 안치홍의 방망이가 계속 뜨겁게 달아올라야 한다.

왕조 재건 내게 맡겨, 삼성 구자욱 - '부상 병동' 삼성의 믿을 구석

삼성은 개막전부터 부상 악령에 시달린다. 지난달 외야수 김동엽의 활배근 부상을 시작으로 백업 포수 김도환이 어깨 부상, 선발 최채흥과 1루수 오재일이 복사근 파열로 빠졌다. 최근엔 타자 이성규와 불펜투수 노성호까지 부상으로 이탈해 엔트리가 휑하다. 그래서 프랜차이즈 스타 구자욱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구자욱은 3~4년 전 삼성을 대표했던 강타자였다. 하지만 최근엔 이름값을 못 했다. 지난겨울 이정후(키움)와 함께 훈련하며 타격을 가다듬은 구자욱이 삼성 부활의 열쇠를 쥐고 있다.

SSG 추신수, 나 MLB 출신이야~ - 추추트레인, 가을까지 달린다

SSG는 창단 첫해부터 '가을 야구'를 목표로 내세웠다. 메이저리그에서 16년 뛰며 218홈런, 782타점을 올린 추신수가 합류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SSG랜더스필드는 홈런이 많이 터지는 타자 친화적 구장이다. 추신수가 4할 넘는 출루율에 30홈런 이상 해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추추 트레인'이 앞장서 달리면, 후배들도 덩달아 신바람 야구를 할 수 있다. 이대호(롯데)·오승환(삼성) 등 1982년생 동갑내기 베테랑과의 대결도 기대를 모은다. 3일 홈 개막전부터 이대호와 맞대결이 예고돼 있다.

한화 노시환, 모두 긴장하세요 - '미완의 대기'에서 거포 기대감

지난해 최하위 한화는 되는 것이 없는 팀이었다. 팀 득점은 가장 적었고, 실점은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장타력은 심각한 수준. 10구단 중 유일하게 팀 홈런이 두 자릿수(79개)에 그쳤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한화는 달라진 모습이다. 30일 끝난 시범경기에서 6승 1패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미완의 대기'로 꼽히던 프로 3년 차 노시환이 홈런 2개를 포함해 7안타(타율 0.368)를 터뜨리며 팬들의 기대감을 부풀렸다. 그에게서 한화가 그토록 기다리던 거포의 냄새가 난다.

[그래픽] 2021 '가을야구' 운명 짊어진 10개 구단 승부 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