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법인세율 28%로 올려 재원 마련, 도로·교량 등 재건에 6120억달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조달러(약 2260조원) 규모의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 계획 1차안을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지난달 11일 1조9000억달러(약 2150조원)짜리 코로나 경기 부양안에 서명한 지 20일 만에 천문학적 규모의 부양안을 또 내놓은 것이다. 한 달쯤 후에 나올 2차 인프라 투자안까지 더하면 총규모는 4조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표적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인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미국 일자리 계획'이란 이름의 인프라 투자안을 발표하고, "이번 투자는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한 세대에 한 번 올 수 있는 미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오늘 부(富)가 아닌 노동에 대해 보상하는 국가 계획을 제안한다. 모두에게 성공할 기회를 주는 공정한 경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복원력 강한 혁신 경제를 구축할 것"이라며 "이번 계획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투자안에 따르면 노후한 미 전역의 도로·교량·항만을 재건하는 데 6120억달러, 200만호 이상 서민 주택 건설에 2130억달러, 제조업 부흥에 3000억달러, 노인·장애인 돌봄 확대에 4000억달러 등이 각각 책정됐다. 제조업 중 반도체 산업 지원에 500억달러(약 56조원)가 배정돼, 한국 등 아시아에 반도체 산업 점유율을 빼앗겨온 미국이 반격에 나섰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또 초고속 5G 통신망 구축, 공립학교 건설 및 개선, 실직자의 근로 재활에도 각 1000억달러씩 투입된다. 바이든의 핵심 공약이었던 전기차 에너지 확대 등 청정 에너지 사업엔 4000억달러가 배정됐다.

미 언론들은 이번 투자안이 코로나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 주도의 초대형 일자리 창출 사업이란 점에서 1930년대 대공황기 극복을 위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지휘한 뉴딜 정책에 빗대 '바이든의 FDR(루스벨트) 모먼트'라고 표현하고 있다. 바이든은 백악관 집무실에 루스벨트 초상화를 걸어두고 롤모델로 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980년대 레이건 정부 이래 민간 주도에 의존해온 미 경제·사회 정책 기조가 정부 주도형 경제로 방향을 바꾸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조달러 패키지 중 전통적 의미의 인프라 투자는 절반 정도고, 나머지는 복지 확대와 친환경 에너지 투자 등에 집중돼있어 공화당의 반대가 클 전망이다.

특히 천문학적 재원 조달을 위해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현 21%에서 28%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최고 35%에 달했던 법인세를 21%까지 낮췄는데, 이를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이날 미 최대 은행 JP모건은 "법인세 인상은 미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며 법인세 인상에 우려를 표했다. 바이든 정부는 연소득 4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37%에서 39.6%로 올리는 방안도 거론 중이다.

이날 뉴욕증시는 경기 회복 기대감에 장중 급등했다. 청정 에너지 투자의 직접 수혜자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식이 5% 급등하는 등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1.54% 상승 마감했다. 반면 철강·건설 등 인프라 관련 주들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증세 폭탄 우려가 교차하면서 대기업 중심 다우지수 등은 소폭 하락했다. 기고자 : 뉴욕=정시행 특파원
본문자수 : 169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