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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치료 요구 묵살되자 반발 ＂서있지 못할정도로 건강 악화＂

러시아 최악으로 꼽히는 교도소 복역 중에 혼자 서 있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단식 투쟁을 선언했다. 교도소 측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막는다며 항의에 나선 것이다.

나발니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인스타그램에 띄운 글에서 "나는 의사를 (교도소로) 불러오고 약을 복용할 권리가 있지만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교도소) 규정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내가 초청하는 의사의 진료를 받고 싶다"고 했다. 나발니는 "오른쪽 다리와 등에 통증과 마비 증상을 느끼고 있으며, 왼쪽 다리는 감각을 잃고 있다"고 했다. 혼자서는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그의 변호인들은 전했다. 나발니는 외부 의사의 치료를 받게 해 줄 것을 한 달 넘게 서면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교도소 측은 응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교도소로부터 의료진 진료 없이 이부프로펜(소염 진통제) 두 알만 받았다고 했다.

나발니를 지지하는 러시아 의사 20여명은 지난달 공개 서한을 통해 그를 치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그의 다리·등에 나타난 증세가 지난해 독극물 테러의 후유증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나발니를 치료한 독일 의료진은 그가 치명적 독극물 '노비촉'에 노출됐다는 소견을 제시했었다. 나발니는 몸이 아픈 것과 별개로 교도소 측이 밤에 시간마다 깨운다며 잠을 잘 수 없다는 고통도 호소했다.

나발니가 수감된 모스크바 동쪽 포크로프시(市) 2번 교도소는 러시아에서 가장 악명 높은 4대 교도소 중 하나다. 정치범을 수용해 구타를 일삼고 정신적인 학대가 일상화돼 있어 원성이 자자한 곳이다. 칫솔을 쥐여주고 하루 종일 멀쩡한 바닥 청소를 시켜 굴욕감을 준다는 증언도 있다. 나발니는 지난달 자신의 생활이 소설 '1984'와 비슷하다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다고 했다. 기고자 :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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