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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코너에 몰린 정부와 여당이 9급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에게 재산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금은 대개 4급 이상은 재산 신고를 하고, 1급 이상은 공개하고 있다. 부패를 막는다는 취지다.

현재 제도가 어떤지 보기 위해 지난 3월 26일 공개된 재산 신고 내역을 찾아봤다. 얼마 전까지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장을 지낸 A씨는 장남 소유의 2019년식 BMW 승용차를 신고했다. 신차 가격이 최소 5800만원, 현 중고 시세가 4000만원 가까운 고급 외제차다. 하지만 신고된 차량 금액은 410만4000원. 1년 전에는 494만원에 샀다고 신고했다. 폐차 수준 사고를 겪은 차가 아니면 불가능한 금액이다. 고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신고를 잘못한 것은 확실하다. A씨는 "아들이 입력해서 난 잘 모른다"고 했다.

중앙 부처의 한 1급 공무원 B씨는 재산 8억1800만원을 신고했다. 하지만 B씨의 실제 재산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게 확실하다. 공개한 재산 중 서울 강남권 신축 아파트 분양권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분양권 가격을 3억5000여만원으로 공개했지만, 현 시세는 20억원이 넘는다.

공직자 재산 등록은 1981년 시작된 제도다. 처음엔 등록만 하게 하다가 1993년부터 신고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며 고위 공직자는 공개하게 했다. 벌써 30년이 다 돼 간다. 하지만 일반 국민 눈에서 보면 A·B씨 사례처럼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신고를 거짓으로 하거나 잘못 기재하면 경고·시정조치를 받거나 20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잡아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부동산은 공시가격이나 취득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신고하기 때문에 B씨처럼 실제와 차이 나는 문제도 있다.

제3자가 검증하기도 쉽지 않다. 사실상 거의 대부분 아무도 모르는 채 지나간다. 정부가 '불친절한 공개'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림 파일 형식의 PDF 파일로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PDF 파일은 데이터를 재가공할 수 없다. 특정 부처의 농지 소유 비율이 얼마인지, 특정 지역의 공직자 소유 부동산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이를 계산하려면 방대한 자료를 하나하나 손으로 입력해야 한다. 3월에 공개된 재산 공개 내역은 총 4599쪽 분량이다. 읽기에도 벅차다. 언론과 시민 단체는 십 수년 전부터 '데이터 가공이 가능한 엑셀 파일 등으로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현재 신고 대상 인원은 23만명이다. 이 중 약 2400명의 재산이 이렇게 공개된다. 이런 상황은 그대로 놔두고 신고 대상을 9급까지 15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기고자 : 곽래건 사회정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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