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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에 입사하면 첫날, 한 달 동안 해야 하는 '온보딩 체크리스트'를 받게 된다. 그중 하나가 독후감 쓰기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어떤 직무이든 간에 예외 없이 독후감을 쓴다. 공통적으로 읽고 써야 하는 책은 두 권이다. 나머지 한 권은 때때로 변해왔지만, 피터 드러커의 '자기 경영 노트'는 2017년 이후 이 목록에서 빠진 적이 없다.

새 팀원이 쓴 독후감은 모두가 읽을 수 있도록 팀 내부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공유된다. 알면서도 여전히 흥미로운 것은 똑같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데도, 10명이 쓰면 10가지 다른 글이 나온다는 점이다. 책의 메시지를 잘 요약하고 정리하는 글이 아니라,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자신의 배움과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글일수록 팀 안에서 반응이 좋다. 후자의 글일수록, 그 팀원에 대해 서로 더욱 깊숙이 이해할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올 초 우리 팀에 합류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재미있는 글을 썼다. '자기 경영 노트'에서 자신이 가진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강점에 더욱 집중해서 팀에 공헌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나오는데, 이 부분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스포츠 구단을 감독의 입장에서 운영하는 게임을 좋아하는데, 게임에서도 단점이 없고 장점만 있는 선수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고 그런 선수를 구하기도 어렵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 선수단을 구성하고 최고의 조합을 찾아내야 하는 감독 처지에서 처음에 나는 단점이 없는 선수들로 선수단을 구성하는 데 집중했지만, 이런 선수들은 대부분 특출난 장점이 없어서 경기의 결과를 바꾸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몇몇 부분에서는 매우 높은 능력치를 보이지만 반대로 어떤 부분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에게 관심이 갔는데, 이런 선수들을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투입하면서 경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스포츠 감독이나 기업 CEO만이 이럴까. 눈 감으면 코 베일 것 같은 세상에서,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개인도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지는 경영자인 것은 마찬가지다. 2019년 출간된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로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은 김하나, 황선우 작가는 퍼블리에서 연재 중인 '여자 둘이 일하고 있습니다'에서 이렇게 적는다.

"매력은 요철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단점 없이 매끈하지만 밋밋한 사람보다, 단점이 있더라도 그걸 완전히 뛰어넘는 장점이 뚜렷한 사람이 더 깊은 인상을 남겨요."(황) "각자 자신의 강점에 물도 주고 비료도 주고 햇볕도 쬐어준다고 생각하며 키워 가면 좋겠습니다. 약점을 보완해서 나를 좀 더 평범한 사람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는 대신 말이죠."(김)

하지만, 강점을 강화하기보다 약점을 메꾸는 사고방식에 익숙한 20세기 사회에서 나고 자란 개인이 21세기가 되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피터 드러커는 '피드백 분석'을 해 보라고 조언한다. 어떤 중요한 의사 결정이나 행동을 할 때마다 스스로 예상하는 결과를 기록해 두고, 1년 뒤 자신이 기대했던 바와 실제 결과를 비교해 보라는 것이다. 이 분석 기록이 2~3년 쌓이면, 체에 걸러지듯 자신의 강점이 도드라지게 될 것이라고.

기록과 분석, 자아 성찰의 사이클은 마치 스포츠 선수가 묵묵히 훈련해 나가는 과정과 다를 바 없다. 강점을 무기로 경기장에서 뛰는 실전 기회를 잡아야 하는 것은 지식 근로자인 개인에게도 동일한 규칙인 세상이다. 기고자 : 박소령 퍼블리 대표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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