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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서 엄마가 되고 싶어요(WHEN I GROW UP I WANT TO BE A MOM)." 소녀의 얼굴을 배경으로 적힌 글씨가 뒤로 갈수록 앙상해진다. 굵고 힘찼던 획이 마지막에 가면 겨우 판독할 수 있을 뿐이다.

핀란드의 신문사 헬싱긴 사노마트에서 올해 초 발표한 '기후 변화 글꼴'은 녹아내리는 북극 빙산의 변화를 획의 디자인으로 형상화해 온난화 위기를 경고한다. 가장 굵은 획은 위성 관측이 시작된 1979년의 빙산 면적, 가장 가는 획은 그 30% 정도에 불과한 2050년 예상치를 나타낸다. 보통 글꼴은 글자 모양을 유지하면서 획의 굵기만 달리하지만, 이 글꼴은 획이 가늘어질수록 녹아내리는 얼음을 닮게 디자인했다.

기후변화는 이미 아이들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위험에 아이를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뜻에서 출산을 자발적으로 거부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아이를 적게 낳아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논란을 빚기도 한다. 소녀의 호소와 함께 발표된 다른 이미지 중에는 소년이 등장해 "아빠가 되고 싶어요"라고 호소하는 버전도 있다.

이 글꼴은 코로나를 계기로 개발됐다. 지난해 초 코로나 확산으로 전 세계가 봉쇄에 들어가면서 세계 탄소 배출량이 일시적으로 크게 줄었다. 헬싱긴 사노마트는 "6월쯤엔 배출량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신속한 행동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면서 "그러나 사람들은 복잡하고 장기적인 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영향을 보여주는 글꼴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신문사는 기후변화 관련 최근 기사에 이 글꼴을 활용하기도 했다. 어려운 문제를 글꼴을 통해 직관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글꼴이 메시지다. 기고자 : 채민기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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