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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발생한 지 거의 1년 반이 되어간다. 전 세계에서 1억3000만명이 감염되어 거의 300만명이 목숨을 잃었건만 아직도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같은 계열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으킨 사스와 메르스가 모두 박쥐로부터 시작되었고 바이러스의 유전체 염기 서열이 모두 흡사한 걸로 미뤄볼 때 이번에도 첫 시작은 박쥐인 것처럼 보이는데 그다음 경로는 여전히 묘연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해 한동안 떠들썩했지만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가 실수 또는 고의로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주장은 뒷받침할 근거가 희박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고려하고 있는 시나리오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다. 박쥐가 직접 인간을 감염시켰거나 천산갑 혹은 밍크 같은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달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세계보건기구는 동물성 음식 재료에 묻어 전파되었을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으로 수입된 냉동 식품도 포함되기 때문에 은근히 중국 정부가 밀고 있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중국 윈난성 박쥐 동굴 인근에 사는 주민들 중에는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에 항체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 제법 있는 걸로 보아 박쥐로부터의 직접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박쥐 연구자가 아니라면 장시간 박쥐와 접촉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사스의 경우에는 사향고양이, 그리고 메르스는 낙타를 통해 인간에게 건너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경우에는 일찌감치 천산갑이 중간 숙주로 거론됐지만 아직 확정적이지 않고 유럽과 북미에서는 밍크 농장에서 대규모 감염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 연구진이 중국 전역에서 수천 마리의 농장 동물들의 시료를 검사했지만 두드러진 후보군은 드러나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중국 정부가 야생동물 포획과 거래를 전면 금지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기고자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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