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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음악계에 아주 재밌는 이벤트가 있었다. '오버 더 브리지'라는 단체에서 인공지능 컴퓨터를 이용해 고인(故人)이 된 음악가들의 신곡을 만든 것이다. 예전에 발표된 곡을 리메이크한 게 아니라 고인의 스타일을 학습해 '이렇게 만들었을걸?' 하는 느낌으로 신곡을 선보였다. 들어보니 그럴듯했다. 정말 그들이라면 그렇게 음악을 만들었을 것 같다. 프로젝트 이름은 '27세에 요절한 예술가들의 잃어버린 테이프'(Lost Tapes Of The 27 Club)이고, 유튜브를 통해 감상할 수 있으니 한번 들어보시길 바란다.

정말 흥미로운 건 어떻게 그들의 스타일을 흉내 냈는지 제작 과정이 공개됐다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감독을 맡은 숀 오코너에 의하면, 고인의 음악 중 20~30곡 정도를 컴퓨터에 들려주면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그 음악들의 공통점을 분석해 새로운 멜로디와 리듬을 던져준다고 한다. 그것들을 바탕으로 사람이 다듬고 모창 보컬의 도움을 받아 음악을 완성했다.

숀에 의하면 컴퓨터가 던져주는 곡의 90% 정도는 "못 들어줄 정도"다. 그중 음악이 될 만한 것을 찾기 위해선 사람의 '숙련된 귀'로 골라야 한다. 하지만 많은 음악을 들려줄수록, 그러니까 학습할 참고 자료가 많을수록 작품의 질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는 마치 사람의 학습 과정과도 같아 살짝 소름이 돋기도 한다. 뮤지션들은 작곡 실력을 늘리기 위해 악보 필사를 한다. 많이 베껴 볼수록 좋은 곡이 나오기 때문이다.

만약 인공지능이 작곡의 영역에 뛰어든다면 이번 프로젝트와 같은 형태가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기계가 스타의 욕망을 갖고 스스로 활동 방향을 잡을 것 같진 않다. 기계가 '1위가 되겠어!' 하는 꿈을 가질 리도 만무하다. 하지만 1위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기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히트곡 1만 개 정도를 던져주고 곡을 쓰라고 하는 것이다. 기계의 추천을 그대로 써도 되고 조금 수정해 나만의 버전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베토벤과 비틀스의 공통점을 50%씩 섞는 프로그램이 나올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음악을 배우는 과정을 생략하고도 작곡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기고자 :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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