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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낙원의 밤

행동대장 태구(엄태구)는 전국구 폭력조직 북성파가 탐낼 만큼 냉혹하고 거침없다. 누나와 조카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자 이 사내도 휘청거린다. 그가 따르던 양 사장(박호산)이 북성파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복수를 감행한 태구는 제주도를 거쳐 러시아로 도망치려 하지만 북성파 2인자 마이사(차승원)가 그를 쫓아온다.

9일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낙원의 밤'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피로 흥건해진다. 박훈정 감독의 지문이 찍혀 있다. '신세계' '마녀' 등 누아르 장르에서 입증한 그 솜씨다. '낙원의 밤'은 조직의 표적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전여빈)를 따라가는 이야기다.

조폭의 세계에도 의리는 없다. 서로 속고 속인다. 친구와 적, 보스와 부하가 뒤죽박죽이다. 태구는 결국 함정에 빠진다. 두 조직과 경찰이 중국집에서 거래하는 장면은 긴장감이 팽팽하다. 자동차 추격전도 볼거리다. "오지 마! 미쳤어? 너 바보야?"라고 해도 태구는 '와도 죽고 안 와도 죽는 외길'로 직행한다. 제주도에서 펼쳐지는 낮과 밤이 낭만적이라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죽어서도 못 잊을 맛"이라는 물회도 궁금하다.

이 핏빛 범죄물을 보다가 짜증이 날 수도 있다. 누아르의 주인공은 왜 그토록 초인적인가. 태구도 좀처럼 죽지 않는다. 엔딩은 신파가 아니라 다행이다. 배우 전여빈이 연기 내공을 증명한다.

영화 - 더 파더

'더 파더'의 마지막 10여 분을 보기 전까지는 이 영화를 보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후반부 절정에서 주인공 '앤서니' 역의 앤서니 홉킨스는 그야말로 아카데미상을 움켜쥐기라도 하는 것처럼 연기한다. 1992년 '양들의 침묵'에서 살인마 한니발 렉터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그에게는 29년 만의 재도전. 어쩌면 지난해 대장암으로 타계한 배우 채드윅 보즈먼('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만이 그의 경쟁자일지도 모른다. '더 파더'에서 딸 앤 역을 맡은 올리비아 콜먼 역시 여우조연상을 놓고 '미나리'의 윤여정과 경쟁한다.

클래식 - 디즈니 인 콘서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흘렀던 히트곡들을 콘서트 무대에서 다시 듣는다. 오는 10~1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디즈니 인 콘서트'는 2014년부터 매진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인기 공연. '겨울왕국' 1~2편과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알라딘'의 주요 장면을 대형 스크린으로 보면서 삽입곡을 들을 수 있어서 가족과 연인 관객들에게 호응이 높다. 올해는 김보경 박은미 에녹 라준 등 뮤지컬 배우 8명이 출연해서 디토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노래한다. 11일 공연은 오후 2시에 이어서 오후 6시 공연을 추가했다.

전시 - 회(洄)―지키고 싶은 것들

심전 안중식, 소림 조석진, 청운 강진희, 위창 오세창, 해강 김규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미술단체 서화협회(書畵協會)의 첫 전시 100주년을 기리는 기획전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에서 24일까지 열린다. 서화협회에서 그림을 배운 예화랑 김방은 대표의 증조부가 소장하던 작품을 꺼내 보이는 자리다. 안중식의 '성재수간', 조석진의 '팔준도' 등 고고한 선비의 자세를 돌아보게 하는 귀한 작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시대 흑백사진을 디지털 아트로 재해석한 이상현(67) 작가의 작품이 함께 비치돼 신구(新舊)의 조화를 이룬다.

뮤지컬 - 인사이드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쓰던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 원고가 거센 바람에 엉망진창 뒤섞인다. 등장인물들이 미지의 공간에서 만난다. 줄리엣과 햄릿은 꿈을 찾아가려 하고, 로미오는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줄리엣 때문에 길을 잃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이탈리아와 '햄릿'의 무대인 덴마크가 겹쳐진다. 셰익스피어는 이 무질서를 어떻게 정리할까. 비어 있는 페이지를 새로운 이야기로 채워나간다. 닭살 돋는 코미디. 배우들은 웃기기로 작정했는데 밉지 않다. 다만 가창력은 평범하다. 이달 25일까지 아트원씨어터1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