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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유튜버가 된 개그맨 최국, 고정 출연하던 라디오서 쫓겨나
작년 7월부터 정치 풍자 영상 제작 ＂이젠 유튜브 노란 딱지와 싸워요＂

"방송국에선 PD·작가들과 뭐가 잘못됐는지 이야기하고 다투기도 했는데, 여기선 유튜브 알고리즘 눈치를 봐야 하네요, 하하하."

개그맨 최국(46)은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노딱'(노란딱지)을 보여줬다. 지난 5일 그가 올린 동영상 중 어떤 것에는 초록 달러('$') 표시가 붙었고, 어떤 것은 노란색 표시가 붙어 있었다. 노란색은 유튜브가 내용을 걸러내 광고를 붙이지 않는다는 의미. "제 콘텐츠에 광고주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인데, 기준이 뭔지 모르겠어요. 특정인을 거명해도 괜찮은 경우가 있는 반면, 별 내용 아닌데 붙기도 하더라고요."

최국은 작년 7월부터 유튜브에 정부와 여권을 풍자한 10~15분 분량 시사개그 영상을 올리고 있다. 이른바 '최국의 가짜뉴스'. 최근 며칠 사이에도 '삼성저격수? 세입자 저격수였네' '아빠 찬스 딱 걸린 ○○○' 등 현 정부 주변 인사들을 정면 비판한 내용들이 올라왔다. 10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구독자 9만7000명에 동영상 217개(7일 기준)가 쌓였다.

2001년 SBS 공채 개그맨(6기) 출신인 그는 MBC '개그야' 시절 배우 최민수를 패러디한 '죄민수'(조원석)와 함께 '최국의 별을쏘다'로 이름을 알렸고, '골방주식회사'(MBC '코미디의 길') '내친구는 대통령'(SBS '웃찾사') 등 기업이나 정치 관련 소재를 주로 다뤘다. '내 친구는 대통령'은 대통령이 시골에서 상경한 옛 친구의 황당한 부탁을 거절한다는 포맷으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직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왜 하필 정치 콘텐츠를 택했을까. 그는 "공지영 작가가 페이스북에 고(故) 박원순 시장을 높게 평가하는 내용의 글을 쓴 것을 보고 한 번 비판한 것이 여기까지 와버렸다"고 했다.

피해가 없지는 않다. 작년 10월 '4·15총선' 결과에 대한 불만을 유튜브에서 표시한 직후, 일주일에 한 번씩 게스트로 고정 출연하던 한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퇴출됐다. '당신은 선(線)을 넘은 것 같다, 우리가 케어해줄 수 없다'라는 취지의 말을 작가로부터 들었다. 하지만, 그는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우길 생각은 없다"고 했다. 최근엔 '노딱' 때문에 수입마저 줄었다. 그는 "개그맨이 할 말 못 하는 세상은 그렇게 좋은 세상 아니라고 본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때도 지상파에서 '내 친구는 대통령' 같은 내용을 방송했는데, 지금 방송은 그런 엄두도 못 내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정치 콘텐츠를 통해 계속 구독자를 늘려갈 계획이다. "솔직히 주변 동료들은 정치가 어렵다거나, 건드리면 해가 될 것처럼 생각해 안 다루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래도 저 같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이야기해줘야 정치가 국민을 우습게 보지 못하지 않겠냐"고 했다. 앞으로 "현 정부 사람들뿐만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나 누구라도 잘못하면 다룰 것"이라면서 "보수는 자기 편이라고 무조건 감싸지 않고 꾸짖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필터링을 피해가는 방법도 조금씩 익혀가고 있다. 그가 알려준 비법(秘法)은 최대한 점잖게 하는 것. "유튜브 인공지능(AI)은 과격한 제스처나 표정 억양 이런 것을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과격한 내용도 점잖게 말하면 '노딱'을 피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너무 열받는 일이 많으면, 컨트롤 못 할 것 같아요." 기고자 : 신동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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