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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 발판 마련한 야권
'정권 심판론' 반사이익으로 승리… '기득권 정당' 이미지 탈바꿈 시급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4차례 전국 선거 패배 끝에 5년 만에 승리를 일궈낸 야권이지만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생각하면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폭등, LH 사태, 코로나 백신 확보 부족 등으로 성난 민심이 정권 심판론으로 흐르면서 야당이 반사이익을 얻은 선거라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제1 야당 국민의힘이 승리감에 도취돼 자기 쇄신과 국정 운영에 대한 비전 제시 없이 다시 경직된 이념과 지역 구도에 매몰된다면 국민이 순식간에 외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민의힘 앞에 주어진 당면 과제는 '영남지역당' '부자·기득권 정당' '꼰대당' 등 여전한 부정적 이미지 탈피를 위한 쇄신이다. 선거 승리가 이를 위한 동력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 56명 초선 의원들은 8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선거 승리는 결코 우리 당이 잘해서 거둔 게 아니기 때문에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한계를 극복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5월 말쯤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는 그런 변화를 위한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작년 4·15 총선 참패 이후 '구원투수'로 영입돼 이념 대신 실용을 강조하고 호남 민심에도 다가서며 당의 외연 확장을 이끌었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퇴임한다. 주호영 원내대표, 정진석·조경태·권영세·홍문표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이 대표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모처럼 야당을 선택한 중도층과 2030 세대를 지지층으로 굳히려면 '뉴 페이스'의 당 지도부 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희숙·김웅·김미애 의원,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등 소장파 정치인들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을 다시 당 대표로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간 김 위원장이 주도했던 당의 변화가 가속화돼야 대선 승리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광역자치단체장 16석 중 서울시장·경기지사 등 11석을 가져오는 대승을 거두고도 6개월 뒤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했던 과거 사례도 회자됐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기득권 대변 정당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2002년처럼 1년 후 대선에서 민심이 확 돌아설 수도 있다"고 했다.

내부 쇄신과 함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의 대선 주자를 포함한 야권 대통합 작업도 시급하다.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약속했던 안 대표가 먼저 통합 논의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은 국민 앞에 공언했던 대로 조만간 진행될 것"이라며 "그래야 정권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국민의당과 먼저 통합을 마무리한 뒤, 전당대회를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 주자 선두를 기록 중인 윤 전 총장도 당장은 아니지만 국민의힘을 통해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이 쇄신을 이어가면서 각각 공정·정의와 중도·실용 이미지를 선점하고 있는 윤 전 총장과 안 대표가 합류한다면 야권의 파이 전체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이 또한 국민의힘이 중심을 잡고 최근 상승한 지지율을 유지할 때 가능한 일이라는 평가다. 인천대 이준한 교수는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이겼지만 당 자체의 힘으로 이겼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백서를 발간해 치열하게 반성해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며 "향후 야권 통합은 정략적으로 비쳐서는 안 되며 국민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어야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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