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누가 저리 곱게 분칠했을까. 동작대교 북단(北端)에서 훤히 바라다보이는 연분홍 남산이 사람을 싱숭생숭하게 한다. 해마다 보건만 벚꽃 마술에 늘 홀려버리다니. 꽃잎 방울방울 길거리 깔린 모습은 땡땡이 같기도 하고. 이젠 좀 버렸으면 싶은 말이 튀어나왔다. 땡땡이.

한자 '點(점)'의 일본식 음독(音讀)을 한글로 옮기면 '텐'이다. 이걸 우리나라 사람들이 '땡'이라 발음하며 첩어(疊語)로 만들고 접미사 '이'를 붙여 '땡땡이'가 됐다. 잠잠하다 싶으면 반일(反日) 타령으로 분위기 몰아가는 사람들, 말글살이만큼은 참 너그럽다. 비록 '물방울무늬'라고 순화어를 내놓기는 했으되, 오죽하면 표준국어대사전까지 올랐을까.

언젠가 한 의상 전문가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일본식·영어식 용어가 퍼졌다는 걱정이 그득했는데…. "어디까지 우리말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 뒤로 도트 프린트는 땡땡이, 러플은 물결 주름, 이런 식으로 바꿔주고 있습니다." 영어를 우리말로 고친다면서 반(半)일본말을 쓰고 만 것이다(신문에는 다행히 물방울무늬로 나갔다).

'땡땡'을 그 바닥에서만 쓰느냐? 신문 편집기자도 조판자와 더러 이 말을 주고받는다. 제목에 말줄임표('…')를 입력해달라 할 때 '땡땡'이라 하는 것이다. 점이 여럿이니까. 언론계에 퍼져 있는 일본식 용어 얘기는 따로 자리를 마련해야 할 판이다. 방송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이런 식이다. "오늘 속담 퀴즈 나갑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가을에 못 지낸 땡땡, 봄에는 지낼까.' 들어갈 말을 비울 때 흔히 표시하는 '○○' 대신 '땡땡'이라 하는 것이다. (답은 '제사')

가을하고는 달리 괜스레 달뜨는 계절. 가을바람은 총각 바람, 봄바람은 처녀 바람이라는데. 이팔(스물여덟이 아니라 2 곱하기 8, 열여섯 안팎을 말한다)청춘도 아니고, 중년 사내가 땡땡이를 부리고만 싶으니 원. 할 일 안 하고 게으름 피우는 그 '땡땡이' 말이다. 물방울무늬 융단 밟으며 농땡이 즐기기 좋지 아니한가. 기고자 :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00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