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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 코발 지음｜웨스 앤더슨 서문｜김희진 옮김｜웅진지식하우스｜368쪽｜2만9000원

이 책은 '집단적 덕질(좋아하는 일에 깊이 몰입한다는 신조어)'의 기록이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웨스 앤더슨 감독을 좋아하는 세계의 팬들이 찍은 사진을 모았다. 사진에 찍힌 장소들은 각지에서 우연히 발견된 웨스 앤더슨적(的) 풍경일 뿐 그의 영화에 실제 나왔던 곳은 아니다. 누군가의 개인적 추억으로 남았을지도 모르는, 예사로운 것이 모여 예사롭지 않은 것을 이룬다.

시작은 인스타그램 커뮤니티였다. 자신을 "감독의 팬이자 호기심 많은 여행광"이라 소개한 저자는 2017년 웨스 앤더슨의 영화와 비슷해 보이는 장소의 사진들을 우연히, 그러나 연달아 보게 된다. 그런 곳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한 그가 커뮤니티를 만들자 전 세계에서 사진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제 커뮤니티의 팔로어는 140만명이 넘는다.

웨스 앤더슨 스타일이란 어떤 것인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워도 보면 금방 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대칭적인 선이든, 파스텔 색조든, 완벽한 구도든, 아니면 뭔가 단번에 설명할 수 없는 특이하고 아름다운 것이든,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스타일이 있다." 책에 소개된 200여 곳은 북극 턱밑의 노르웨이령 스발바르부터 남극 대륙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에 걸쳐 분포한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의 수도 평양에서도 웨스 앤더슨적 장면이 포착된다. 방공호를 겸해 땅속 깊이 자리 잡은 지하철 개선역(驛). 의외로 화사한 분홍빛으로 가득하다.

감독이 직접 서문을 썼으니 성공한 덕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솔직히 내가 찍고 싶은 사진들이다. 이 책은 눈이 즐거운 사진집이자 특별히 매력적인 여행 가이드다. 적어도 이 진짜 웨스 앤더슨의 생각으로는 그렇다." 기고자 : 채민기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931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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