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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와 함께 열린 마스터스 골프… 로즈, 1R 단독 선두

"방금 에반더 홀리필드(1990년대 복싱 헤비급 챔피언)와 링에서 한판 붙고 나온 기분이다. 열심히 싸웠다.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

2017 마스터스 우승자 세르히오 가르시아(41·스페인)가 8일 2021 마스터스 1라운드를 마친 소감이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75야드)에서 메이저 골프 대회 제85회 마스터스의 막이 올랐다. 코로나 탓에 작년엔 사상 최초로 가을에 대회를 치렀지만, 올해는 봄을 되찾았다.

제자리로 돌아온 마스터스에 선수들도, 팬들도 감사하는 분위기다. 현장 관중 입장도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마스터스의 상징인 진달래와 함께 돌아온 건 악명 높은 '유리알 그린'. 이례적으로 11월에 열린 작년 대회 땐 그린이 부드럽고 페어웨이도 촉촉해서 더스틴 존슨(37·미국)이 대회 역대 최소타 기록(20언더파 268타)을 세웠다.

올해는 다르다. 건조한 봄 날씨에 단단하고 빠른 그린 때문에 연습 라운드 때부터 선수들이 충격에 빠졌다. 수십 년 출전한 베테랑들조차 이런 무자비하고 인정사정 없는 그린은 정말 오랜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1라운드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12명. 그린 위 정확한 지점에 공을 세우지 못하면, 공이 한참을 데구루루 굴러 그린 밖으로 빠져나가는 가혹한 형벌을 받아들여야 했다. 바람은 강하지 않았지만 자주 바뀌고 소용돌이쳤다.

15번홀(파5·530야드)이 좋은 예다. 베른트 비스베르거(36·오스트리아)의 이글 퍼트는 26m를 굴러 그린 앞 물 속으로 다이빙했다. 셰인 로리(34·아일랜드)와 김시우(26)는 한 차례, 임성재(23)는 두 차례 칩샷이 그린 위를 매끄럽게 굴러 물에 빠졌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상징인 초록색 그린에는 이번 주 약간 보랏빛이 돈다. 벤트그라스가 건조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저스틴 로즈(41·잉글랜드)가 이글 1개, 버디 7개, 보기 2개로 7언더파 65타를 쳐 4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하지만 이날 진정한 승자는 로즈를 제외한 세계 최정상 골퍼 87명을 압도한 오거스타 내셔널이었다. 전체 선수의 평균 타수는 74.52타로 작년 대회 첫날보다 3타 높았다. 최근 5년간 마스터스 1라운드 기록 중 최고다. 웹 심슨(36·미국)은 "이런 느낌 참 오랜만인데, 14번홀(파4·440야드) 페어웨이 한복판에서 9번 아이언을 손에 들고도 그린에 공을 올리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공은 홀 1.8m 지점에 떨어졌으나 결국 그린 뒤로 15야드 튀어 나갔다. 장타로 무장한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는 세컨드샷 거리 조절에 실패해 공동 60위(4오버파)에 그쳤다. "샷 하는 지점과 공이 떨어지는 지점의 경사면 계산이 잘 안 됐다"고 했다. 김시우는 공동 8위(1언더파), 15번홀 쿼드러플 보기를 기록한 임성재는 공동 72위(5오버파)다.

선수들은 사실 이 고통을 기다려왔다. 이것이 전형적인 마스터스이자 이상적인 마스터스라는 반응이다. 세계 랭킹 6위 잰더 쇼플리(28·미국)는 "나는 여기 고문당하러 왔다. 어려워지면 더욱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폴 케이시(44·잉글랜드)는 "모든 면에서 어려운 이 코스는 누가 최고의 기량을 갖추지 못했는지 드러내고, 어떤 약점이든 찾아낸다. 두렵지 않다. 오히려 즐겁다"고 했다. 기고자 :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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