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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초중고 체육관 문닫자 문 연 시설 몰려 새벽 5시 줄서기

지난달 27일 새벽 5시, 서울 마포구 염리생활체육관. 동이 채 트지 않아 어둑어둑한 체육관 앞으로 배드민턴 가방을 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오전 6시에 개장하는 배드민턴장을 맡기 위해 모여든 동호인들이었다. 이곳에는 배드민턴 코트 7개가 있지만, 코로나 때문에 사용 인원이 제한돼 선착순 28명만 입장할 수 있다. 30분쯤 지나자 대기자가 50여 명으로 불었다. 오전 6시가 되자 체육관 직원이 나와 사람 머릿수를 세며 선착순 28명만 딱 입장시켰다. 눈앞에서 잘린 사람들에게서 "아니 강북구에서 왔는데 너무한 거 아니에요" "좀 받아주지"란 푸념이 터져 나왔다.

수도권 곳곳에서 조기 축구, 배드민턴 등 생활 체육을 하기 위한 동호인들의 '체육관 찾아 삼만리'가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그간 일반에 개방됐던 초·중·고교 체육시설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그나마 문을 연 공공·민간 체육시설로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대부분 '선착순'이라 새벽부터 줄을 서거나, 대관(貸館) 예약을 위해 접수 개시 시점부터 컴퓨터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린다. 예약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피케팅(피 터지는 티케팅)'이란 말까지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의 인조 잔디 축구장인 대림운동장도 최근 4월 주말 예약을 받았는데, 온라인 예약 개시 5분 만에 '24개 시간대'가 모두 동났다. 회원 38명을 둔 서울의 한 테니스 동호회 총무 김모(42)씨는 "요샌 경기장 잡는 게 총무의 최대 숙제"라며 "혼자만으론 역부족이라 당번을 정해 6명이 한꺼번에 예약에 달려드는 작전을 쓰고 있다"고 했다. 회원 20여 명을 둔 서울의 한 여자 농구 동호회는 '수도권 내 주말 실내 농구장'을 구하기 위해 9명으로 구성된 '대관 TF(태스크포스)'까지 꾸렸다.

선착순이 아닌 '추첨제' 체육관에서는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진다. 지난 1월 장기 대관 신청을 받은 성동구 응봉축구장의 경우, 인기가 많은 토요일 오전 시간대에 단 한 팀만 지원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동호인들끼리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던 와중에 생긴 일이다. 성동구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인기가 많은 토요일 오전에 다들 몰릴 줄 알았는지, 오히려 비인기 시간대인 평일 저녁 지원이 더 많았다"고 했다. 기고자 :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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