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자영업자의 희생·고통 너무 커＂ 업종별로 영업시간 제한 세분화

오세훈 서울시장이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희생과 고통을 전제로 한 지금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존의 밤 9시, 10시 영업 중단 같은 정부 대책은 재고돼야 한다"고 9일 밝혔다. 대신 업종별 특성을 반영해 세분화한 이른바 '서울형 거리 두기' 방침을 만들어 조만간 발표하기로 했다.

지난 7일 서울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244명 나오면서 약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임 첫날인 지난 8일 이를 보고받은 오 시장은 이튿날인 9일 시 주요 간부 30여 명을 소집해 '코로나19 종합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작심한 듯 백신 접종 속도가 늦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점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비슷한 경제 규모의 다른 나라는 코로나를 졸업하는 상황인데 우리는 내년까지도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생계 절벽이나 폐업 위기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와 같은 일률적 틀어막기 식의 거리 두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서울시도 중앙정부가 방침을 정하는 1·2단계 등 대응에 무비판적으로 순응만 했을 뿐"이라며 "전국적으로 평균적인 조치만 하면서 중앙정부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은 도저히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간 소상공인들은 "업종 구분 없는 영업제한 조치가 가장 큰 문제"라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예컨대 호프집의 경우 오후 7시쯤부터 밤 12시 안팎이 가장 붐비는데, 밤 9시 영업제한 조치가 나오면서 매출이 반 토막 났다는 것이다. 종일 영업하는 일반 음식점에 비해 피해가 훨씬 크다는 주장이 많았다.

시 내부에서는 단계별로 오후 9시나 10시로 돼 있는 영업제한 시각을 업종이나 업태를 반영해 조정하는 대신, 방역 수칙을 위반하거나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 기존보다 더 강하게 제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하나 반지하가 아니라 통풍이 잘되는 영업장처럼 밀폐되지 않은 장소라면 상대적으로 방역 수칙을 완화해 적용하는 것도 검토 대상이다. 시 관계자는 "새로운 거리 두기 모델을 서울에서 선도적으로 만들겠다는 차원으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정부와도 상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일회용 코로나 진단 키트'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장단점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셀프 검사'를 늘리면 잠복 확진자를 더 많이 찾아내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또 공공의사 보수를 민간 병원 수준에 맞춰 줄 방안을 마련해 공공의료 체계를 개선하겠다고도 했다. 기고자 : 정한국 기자
본문자수 : 1296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