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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인격체로 권리 주장… 조광희 장편 '인간의 법정'

22세기 한국. 인간은 반려견 대신 자신의 외양과 지력을 똑 닮은 인공지능(AI) 로봇을 분양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개가 사람을 무는 정도가 아니라, AI 로봇이 주인을 살해했다. 폐기 처분될 운명에 처한 로봇은 인간 변호사에게 변호를 의뢰하고, 법의 심판대에 스스로 선다.

조광희(54·사진) 변호사는 최근 펴낸 장편 소설 '인간의 법정'(솔)에서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의 팽팽한 법정 공방을 그렸다. 로봇은 인간이 세운 법정에서 하나의 인격체로서 제 권리를 주장한다. "변호사니까 법정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인간중심주의가 어색했다. 인간도 노예, 농노,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권리를 확장시킨 역사이지 않나. 고통을 느끼지만 말하지 못하는 동물은 언제나 인간의 시혜만 기대하는 하등 존재인 게 이상했다." 그가 그린 미래에 AI 로봇들은 수술로 높은 지능을 얻었다가 도주한 동물들과 연대해 인간에 반기를 든다.

변호사로 일하며 낸 두 번째 소설이다. "생업은 변호사였지만 언제나 문화적 욕구가 사라지지 않았다." 법무 자문과 소송 업무로 주로 영화계 일을 맡았다. 2006년에는 변호사를 휴업하고 영화 제작자로 변신했다. 영화 '밤과 낮'(2006), '멋진 하루'(2008)를 제작한 뒤 2010년 문예지에 영화에 대한 에세이를 기고하면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영화 시나리오는 두 시간 동안 관객들을 흡입하기 위한 내러티브의 완결성이 중요하지만, 소설은 이야기 형식이나 주제에서 보다 자유롭게 느껴졌다." 이야기가 떠오르면 A4 용지 20장짜리로 줄거리를 발전시켰다. 퇴근한 뒤 집에서 줄거리를 바탕으로 소설을 써내려갔다. 2018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리셋'에선 변호사인 주인공을 통해 정치권과 기업·법조계의 비리와 타락상을 그렸다.

소설가로서의 욕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다음 소설의 가제는 '도시의 은자.' "서울이란 거대 도시에서 은둔자처럼 살아가지만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깊이 관여하는 인물이다. 그를 통해 사회의 내밀한 풍경을 그려보고 싶다." 몸소 겪은 정치의 속살이 소설의 소재가 되었을까. "정치는 욕망과 윤리가 뜨겁게 부딪치는 현장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윤리적인 갈등과 거래들이 있다. 모티프로 삼은 인물은 있다." 기고자 : 이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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