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마스터스 2라운드 15번 홀에서 바닥에 내리쳐 샤프트 휘어져
고의로 손상 땐 클럽 못 바꿔… 마쓰야마 3라운드 11언더 선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이자 골프의 '명인 열전'으로 통하는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단단하고 빠른 '유리알 그린'으로 악명 높다. 그린의 경사도 워낙 심해 거리 조절을 잘못하면 처음 퍼팅 거리보다 훨씬 더 멀리 굴러가기 일쑤이다. 이런 곳에서 김시우는 10일 2라운드 15~18번 홀 네 홀 연속 3번 우드로 퍼팅하는 '진기명기'를 펼쳤다. 네 홀 모두 투 퍼트로 파를 잡았지만, 두 차례는 퍼터를 썼다면 버디를 잡을 수도 있는 4m 안팎 거리였다. 홧김에 퍼터를 망가뜨리는 바람에 원치 않는 '마스터스 진기명기'의 주인공이 됐다.

김시우는 15번 홀(파5)에서 퍼팅 차례를 기다리다 퍼터를 바닥에 내리쳤는데 샤프트가 심하게 휘어지면서 못 쓰게 됐다. 14번 홀에서 3퍼트로 보기를 한 데 이어, 전날 칩샷을 하다 공을 물에 빠트렸던 15번 홀에서 칩샷이 홀을 한참 지나가 프린지까지 굴러가자 분을 참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김시우는 곧바로 망가진 퍼터를 멀쩡한 퍼터로 교체해서 플레이하지 않았을까.

골프 규칙은 라운드 하는 동안 클럽이 손상된 경우 원칙적으로 다른 클럽으로 교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외부 영향이나 자연의 힘, 다른 누군가(플레이어와 플레이어의 캐디는 제외)에 의해 손상된 경우는 교체할 수 있지만, 자신이 손상시켰을 땐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그리고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의 로열에인션트골프클럽(R&A)은 2019년 골프 규칙을 대폭 완화하면서 라운드 도중 납득할 이유로 클럽이 부러지거나 심하게 손상된 경우 교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로컬룰을 도입했다. 세계 대부분 프로골프 대회가 이 로컬룰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플레이어가 홧김에 클럽을 망가뜨리거나 함부로 사용하다 손상된 경우는 제외된다.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는 지난해 8월 PGA챔피언십 1라운드 도중 드라이버를 치고 난 후 티를 줍기 위해 클럽을 바닥에 가볍게 댔는데 샤프트에서 헤드가 떨어져 나간 적 있다. 의도적이지 않았고 함부로 클럽을 다룬 것도 아니어서 디섐보는 곧바로 준비해간 샤프트로 교체할 수 있었다. 400야드 장타를 치겠다며 몸무게를 20kg이나 불린 그는 드라이버 2개와 샤프트 3개를 여벌로 갖고 다닌다.

김시우는 손상된 퍼터로 계속 퍼팅을 하거나, 시간 지체 없이 원래 그립과 샤프트와 클럽 헤드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수리하는 것은 가능했다.

최진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경기위원장은 "클럽의 성능을 고의로 변화시킨 경우, 즉 조정 가능한 부품을 사용했거나 클럽 헤드에 어떤 물질을 발랐을 경우 그 클럽을 사용하면 실격 처리를 받는다. 하지만 라운드 도중 손상된 경우는 그 이유를 따지지 않고 계속 사용하거나 시간 지체 없이 수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시우는 남은 클럽 중 하필이면 드라이버 다음으로 가장 긴 3번 우드를 퍼터 대용으로 선택한 것일까? 김시우는 "웨지는 퍼팅 때도 스핀이 걸리기 때문에 오거스타처럼 빠른 그린에서는 컨트롤하기 힘들어 3번 우드로 퍼팅했다"고 밝혔다.

김시우는 3라운드를 앞두곤 용품 후원사로부터 긴급 공수된 퍼터 2개를 테스트한 뒤 하나를 골라 사용했다.

김시우는 2라운드에선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공동 6위(4언더파)였으나, 3라운드에선 버디 3개, 보기 5개로 주춤하며 공동 10위(2언더파)로 내려앉았다.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29)가 3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로 7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11언더파 205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저스틴 로즈 등 2위 그룹과는 4타 차이다. 마쓰야마가 마지막 날까지 선두를 지키면 아시아 선수 최초로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한다. 종전 아시아 선수 최고 성적은 지난해 임성재의 준우승이다. 기고자 : 민학수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93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