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맨유 팬들, 인종차별 댓글 테러

손흥민(29·토트넘)이 부상 복귀 후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골망을 갈랐다. 정규리그에서 두 달 만에 골 맛을 보며 자신의 한 시즌 리그 최다골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손흥민은 웃을 수가 없었다. 팀이 역전패한 데다 자신도 반칙을 당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행동을 했다며 상대팀 팬들에게서 인종 혐오 표현이 담긴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골 넣었지만 속상하다"

손흥민은 1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벌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홈경기에서 0-0으로 맞선 전반 40분 선제골을 넣었다. 지난 2월 7일 웨스트브로미치전 이후 두 달 만에 나온 리그 14호 골(EPL 득점 공동 4위). 2016-2017시즌에 세운 자신의 EPL 한 시즌 최다 득점과 같다.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등을 포함해 모든 공식 경기에서 19골 16도움(리그 9도움)을 기록 중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15일 아스널전에서 왼쪽 허벅지 부상을 당한 이후 지난 4일 뉴캐슬전에 처음 교체 출전한 데 이어 이날 풀타임을 소화하며 완전히 회복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토트넘은 후반에 세 골을 내주며 1대3으로 졌다. 손흥민은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서 팀 내 가장 높은 평점(7.4)을 받았다. 그러나 경기 후 인터뷰 내내 표정이 어두웠다. 그는 "뉴캐슬전에서 이기고 있다가 비겨서 맨유전은 꼭 이기고 싶었다"며 "많이 속상하다"고 했다.

◇사령탑들의 '아들(SON)' 설전

손흥민은 경기 후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손흥민이 선제골을 넣기 전인 전반 33분 맨유가 골망을 갈랐는데, VAR(비디오 판독) 결과 맨유의 스콧 맥토미니(25·스코틀랜드)가 공격 과정에서 팔로 손흥민 얼굴을 친 것이 확인돼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맨유의 일부 팬은 손흥민이 '할리우드 액션'을 했다고 생각하고 손흥민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한국 드라마 배우냐" "다이빙을 멈춰라" 등의 댓글을 남겼다. 욕설과 함께 "집에 가서 개·박쥐를 먹어라" 등 인종 혐오 표현도 있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영국 프로축구 심판 기구가 맥토미니의 달리는 동작이 자연스럽지 않았고 부주의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지만, 양 팀 사령탑까지 설전에 나서며 논란이 커졌다. 올레 군나르 솔셰르(48·노르웨이) 맨유 감독은 경기 후 "내 아들(son)이 한 대 맞고 3분간 누워 있다가 동료 10명의 부축을 받고 일어난다면 음식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손흥민의 성(son)을 빗대 손흥민이 그라운드에 계속 누워있다가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팀 동료가 주변에 모이자 일어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조제 모리뉴(58·포르투갈) 토트넘 감독은 "솔셰르 감독 말을 듣고 슬펐다. 손흥민에게 솔셰르보다 나은 아버지가 있어 다행"이라며 "아버지는 자식에게 밥을 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렸다. 맨유 스타플레이어 출신 로이 킨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이게 반칙이면 모두 집에 가야 한다. 손흥민 같은 선수가 이런 모습을 보여 황당하다"고 했다. 반면 클린턴 모리슨 BBC 해설위원은 "맥토미니가 경고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손흥민 사진과 함께 "혐오스러운 인종차별을 겪었다. EPL과 함께 조사를 한 후 조처를 할 예정"이란 글을 올렸다. 기고자 : 송원형 기자
본문자수 : 169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