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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랑연극상 '특별상' 배우 김금지

국립극단이 이해랑 연출의 연극 '죄와 벌'을 무대에 올린 1960년이었다.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 강효실이 1막을 마치고 갑자기 쓰러졌다. 이해랑은 급히 프롬프터(관객이 볼 수 없는 곳에서 대사를 읽어주는 사람)를 호출했다. 국립극단 연기 연수생 1기 김금지<사진>. 서둘러 분장한 김금지가 2막에 투입됐고 무사히 공연이 끝났다.

"제 배우 인생에서 처음 잡은 기회였어요. 대사는 다 외우고 있었고 연기도 꼼꼼히 관찰했기 때문에 별안간 등을 떠밀어도 해낸 겁니다. 이해랑 선생님이 '김금지, 연기 되게 잘하는구나!' 칭찬하셨고 선배들에게도 제가 인정받은 날이었지요."

원로 배우 김금지(79)가 이해랑과의 인연을 떠올렸다. 제31회 이해랑연극상 특별상 수상자가 된 그녀는 "나와 상관없는 상인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다"고 했다. "리얼리즘 연극의 대가였던 이해랑 선생님은 무대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요구하셨어요. 오버 액션이나 너무 강한 연기는 질색하셨지요."

김금지는 국립극단에서 '산불' '바꼬지', 극단 자유에서 '피의 결혼', 극단 뿌리에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 연극 160여 편으로 관객을 만났다. 한국연극배우상, 동아연극상 등을 받았다. 김금지는 출세작으로 '바꼬지'(1965)를 꼽았다. "입양된 전쟁고아 분이가 고향 바꼬지를 동경하는 서정적인 이야기예요. 그 작품으로 국립극단 주연 여배우로 발돋움했지요."

국립극단은 백성희, 나옥주의 주연 계보를 이을 젊은 여배우의 등장을 고대하고 있었다. 김금지는 "당시 나는 국립극단에서 대사를 가장 빨리 외우는 배우, 연습 시간에 늦지 않고 끝나면 바로 귀가하는 배우였다"고 했다.

김금지는 중·고교 시절부터 '명배우' 소리를 들었다. 서라벌예대(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공부를 잘했지만 배우가 되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무대에서 여러 가지 인생을 살 수 있잖아요. 끝나면 안전하게 나로 돌아올 수 있고요."

배역에 다가가는 기술을 묻자 김금지는 "어릴 적부터 소설을 많이 읽어서 '이 인물은 누구와 비슷하고 그렇다면 이럴 땐 이렇게 행동할 거야'라는 상상으로 접근했다"고 답했다. "저는 '배우는 팔자가 사납다'는 편견도 깨고 싶었어요. 배우를 '딴따라'로 부르던 시절이었습니다.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술자리를 피했고 늘 성실한 배우가 되려고 노력했어요."

남편은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86) 전 민주당 대표. 김금지가 지금은 '조순형의 아내'로 알려져 있지만 조 의원은 더 긴 세월을 '김금지의 남편'으로 살았다. 김금지는 "어디 가서 '남편 찍어주세요'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국회의원이 되건 말건 배우 김금지는 똑같았다"고 했다. 돌아보면 연극은 무엇이었을까.

"내 삶요. 인생에서 연극을 빼면 아무것도 안 남아요. 2013년을 끝으로 공연을 못 했는데 저 은퇴한 거 아녜요. 다시 무대에 오를 겁니다."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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