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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설비 투자비 40% 세액공제＂ 中, 임대료 감면… EU는 보조금
한국은 개별기업 투자에만 의존 ＂정부 차원의 전략 사실상 없어＂

반도체·배터리 같은 전략 산업의 공급망 구축을 위해 전 세계가 정부 차원에서 파격적 투자 계획과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인력 양성과 기초연구에 120억달러(약 13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전기차 분야에 1740억달러(약 194조원)를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 자립'을 선언한 유럽에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7개 유럽 기업과 손잡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36억유로(약 4조8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1조위안(약 170조원) 투자 계획을 집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삼성·현대차·SK·LG와 같은 대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주도하고 있을 뿐 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관련 산업 육성 방안은 미미한 수준이다. 재계에선 "정부가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규제 완화 등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격적 인센티브 내놓는 미·중·EU

최근 미국·중국·유럽연합(EU)이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글로벌 기업을 잇따라 유치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설비 투자 비용의 40%까지 환불 가능한 투자세액공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시 최대 30억달러의 연방 보조금도 지급한다. 예컨대 미국 정부는 대만 TSMC 공장 유치를 위해 상하수도 등 인프라 구축과 2억500만달러(약 2290억원)의 보조금을 인센티브로 제공했다.

미국은 중앙 정부뿐 아니라 주 정부도 적극적으로 기업 유치 경쟁을 벌인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20조원 규모 반도체 생산라인 설립 계획을 발표하자, 텍사스와 애리조나, 뉴욕주가 세금 감면, 수도 이용료 감면 등 1조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EU도 파격적인 투자와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성(省)별로 임대료 감면과 세금 환급 등 기업 유치 인센티브를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EU는 19국의 예산을 모아 2030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며 최대 500억유로(약 67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유럽 각국 정부는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하는 금액의 20~40%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SK이노베이션, 삼성SDI가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헝가리의 경우 투자액의 최대 50%를 현금으로 돌려주고 고용 인원에 따른 인센티브와 직원 교육 지원금도 제공한다.

◇미약한 한국 정부의 투자·지원

경쟁국과 비교해 한국은 정부 차원의 투자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개별 기업의 투자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는 올해 초 2030년까지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연구·개발에 예산 1조원을 투입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 연구·개발 투자비(21조2000억원)의 20분의 1 수준이다. 또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 예산이 전무한 실정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지원은 없고, 일부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세제 혜택을 주는 정도"라며 "정부 차원의 전략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미·중 무역 분쟁과 코로나 사태를 겪은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공급망을 다 미국 내로 가지고 가겠다는 전략"이라면서 "이대로 놔두면 국내 산업 기반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기업들을 지원하는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주요국의 자국 산업 육성 위한 정책들 기고자 : 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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