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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 별 구경 명소

지난 13일 경북 영천시 화북면 정각리. 오후 8시가 지나자 사위가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밤하늘에서 별빛이 쏟아지듯 빛났다. 그래서 정각리는 '별빛마을'이라 부른다. 코로나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며 답답했던 마음이 알싸한 봄밤 공기 속에서 창공의 별 잔치를 즐기며 뻥 뚫리는 느낌이다.

◇봄날 영천서 즐기는 별빛 잔치

정각리 별빛마을에선 빛 공해 없이 밤하늘에 뜬 별을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가로등 밝기를 낮추거나 아예 켜지 않고 있었다. 가림막을 씌워 불빛이 아래쪽으로만 향하게 한 가로등도 거리 곳곳에서 보였다. 별빛마을은 지난 1996년 한국천문연구원이 정각리 인근 보현산(높이 1124m)에 천문대를 건설하면서 시작됐다. 국내 최대 규모인 지름 1.8m짜리 광학 망원경을 보유한 보현산 천문대는 국내 천문 관측 연구 중심지다. 연구 시설이라 일반인 출입을 제한하지만, 정각리에 별 보러 오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나자, 영천시는 지난 2008년 일반인이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보현산 천문과학관을 마련했다. 2018년에는 과학관 인근 폐교인 자천초등학교 정각분교 건물을 고쳐 천체 관측이 가능한 숙박·체험 시설 '별빛테마마을'을 개장했다. 별빛테마마을에는 수성·금성·화성·목성 이름을 딴 2층짜리 펜션 4개가 있다. 피사의 사탑처럼 하늘을 향해 20도 정도 비스듬히 뒤로 기울어져 있다. 방에 누워서도 통유리창으로 밤하늘 별을 쉽게 관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천보현산별빛축제는 매년 4만~5만명이 다녀가는 인기 행사다. 지난 2004년 시작해 올해 18회를 맞는다. 망원경을 통해 별을 관측하고 각종 기구와 놀이로 천문 과학 원리를 체험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 지난해 축제에는 총 18만명이 참여했다. 시는 올해 10월 중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별빛 축제 개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영양엔 국제밤하늘보호공원

경북 영양군도 천체 관측 동호회원들이 해마다 찾는 별자리 관측 명소다. 지난 2015년 국제밤하늘협회(IDA)는 영양군 수비면 왕피천생태경관보전지구 일부와 반딧불이 생태 공원 일대 390만㎡(약 118만평)를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초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했다. 영양군은 앞으로 자작나무 숲, 수하계곡 등 인근 명소와도 연계해 다양한 별자리 관광 콘텐츠를 제공할 방침이다.

경남 밀양은 대도시와 가깝지만 별 관측하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1000m 고봉(高峯)으로 둘러싸여 도심 빛 공해를 자연적으로 차단해주기 때문이다. 밀양 아리랑 우주 천문대는 지난해 5월 개관한 신생 천문대다. 4층 주 관측실에 설치된 망원경은 지름 700㎜짜리다. 음성 인식 기능을 갖춰 "금성을 찾아줘" 하면 망원경이 알아서 금성 방향으로 움직인다. 밀양 산내면 삼양교, 단장면 밀양댐과 감물리 일대, 삼랑진에서 만어사로 가는 길도 프로와 아마추어 천문 관측인들이 즐겨 찾는 포인트다.

합천 황매산은 은하수 관측 명소로 유명하다. 날씨가 맑은 날엔 망원경 없이 육안으로도 은하수를 관찰할 수 있다. 해발 1113m로 높은 산이지만 정상까지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다. 해발 850m 부근에 오토 캠핑장이 있어, 캠핑하면서 보석처럼 쏟아지는 밤하늘 별을 관측할 수 있다.

◇전국 곳곳에 천문대·과학관

강원도 화천군 조경철천문대는 국내 시민 천문대 중 가장 높은 해발 1046m 광덕산 정상에 있다. 우리나라 1세대 천문학자로 현대 천문학 발전에 평생을 바친 고(故) 조경철(1929~2010) 박사 이름을 딴 천문대다. 국내 시민 천문대 망원경 중 렌즈 지름이 가장 큰 1ｍ 천체망원경 등 다양한 관측 장비를 갖추고 있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 장산리에는 홍대용과학관이 있다. 천안은 '조선의 코페르니쿠스'라 불리는 실학자로, 지구가 자전한다는 지전설을 조선 최초로 주장했던 홍대용의 고향이다. 야간 관측 프로그램을 매일 오후 8시와 9시에 50분씩 진행한다. 전남 고흥군 도양읍 용정리 장기산 정상에 자리한 우주천문과학관은 호남 최대인 800㎜짜리 최첨단 주 망원경을 갖췄다.

수도권에서는 우주 천문·테마파크인 경기도 양주시 송암스페이스센터가 인기다. 장흥면 개명산에 있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천문대에 오를 수 있다. 우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체험해볼 수 있는 '챌린저 러닝 센터' 등 볼거리가 있다. 폐쇄된 채석장을 활용해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포천시 신북면 포천아트밸리에도 천문과학관이 있다. 경기도에서 둘째로 높은 명지산(1252m) 자락에 있는 가평군 북면 '가평 자연과별천문대'에선 천장에 설치된 330인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별의 생성과 소멸에 대해 배울 수 있다. 기고자 : 영천=이승규 기자 밀양=김준호 기자 양주=조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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