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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실적 자신감에 투자 확대… 4년간 145조원, 규모서 삼성 압도
삼성은 오너부재, 신속 결정 난항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15일(현지 시각) 올해 신규 투자를 300억달러(약 33조원)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1분기가 지난 시점에서 올 초 확정했던 연간 투자 계획(280억달러)보다 20억달러나 상향 조정한 것이다. 전 세계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과감한 선제 투자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TSMC는 이달 초에 내년부터 3년간 1000억달러를 반도체 생산 설비 확충에 투자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번 발표까지 합하면 TSMC는 올해부터 4년간 총 1300억달러(약 145조원)를 쏟아붓게 된다. 투자 규모에서 2030년까지 133조원을 시스템 반도체에 투자하기로 한 삼성을 압도한다.

하지만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는 미국 투자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17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에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지만 아직 후보지와 투자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기업 임원은 "삼성이 머뭇거리는 사이 TSMC는 신속한 투자 결정으로 파운드리 독주 체제를 굳히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자신감에 치고 나가는 TSMC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TSMC의 자신감은 실적에서 나온다. 회사는 이날 올 1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25.4% 증가한 129억달러(약 14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4% 늘어난 49억달러(약 5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자동차·서버용 반도체 판매가 크게 늘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이날 TSMC의 시가총액은 반도체 업계 1위인 미국 인텔(295조원)의 2.3배인 685조원까지 뛰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은 약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시가총액은 500조원이다.

특히 중국 대형 고객사와 거래를 포기하면서도 최대 실적을 거뒀다는 의미가 있다. TSMC는 지난해 화웨이가 미 정부의 블랙리스트(제재 명단)에 오르자 반도체 공급을 중단했다. 화웨이는 TSMC 스마트폰 반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업체인 페이텅에서 신규 주문도 받지 않기로 했다. 반면 TSMC는 애플·엔비디아·AMD·퀄컴 등 미국 기업에 대한 공급 규모를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망설이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당초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인 텍사스주 오스틴에 추가 공장을 짓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월 정전으로 오스틴 공장이 가동 중단된 이후 현지 사정이 불안정해지면서 뉴욕주 버펄로, 애리조나주 피닉스 등 다른 후보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최근 미 백악관과 반도체 화상회의 이후 투자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삼성 내부에선 올 상반기 내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외적으로 투자에 따른 세제 혜택과 고용 인센티브 등 부대조건을 두고 미국 주(州)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에서 TSMC에 크게 뒤져 있는 상황에서 2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데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도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TSMC를 따라잡으려면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는 지금이 투자 적기"라면서도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리스크가 있는 사업에 20조원이 넘는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경쟁 펼치는 TSMC·삼성전자 기고자 : 최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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