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김재덕 안무 '다크니스 품바' 품바타령을 현대무용으로 재해석

배고픔도 춤이 될 수 있다. 궁금하다면 오는 7~8일 LG아트센터로 갈 일이다. 모던테이블이 창작한 '다크니스 품바'(안무 김재덕)는 걸인들의 노래인 품바 타령을 현대적인 음악과 역동적인 안무로 재해석한 현대무용. 남성 무용수들이 60분 동안 전력 질주하듯 춤추며 동냥질(?)을 한다. 무용수 겸 가수 겸 연주자로 출연하는 김재덕은 "어떤 결핍과 배고픔, 한(恨)을 꾹꾹 눌렀다가 움직임과 에너지로 분출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무대가 열리면 검은 슈트를 입은 무용수 7명이 저마다 다른 춤을 춘다. 손을 허공으로 뻗거나 몸을 비틀거나 물구나무를 서거나 하는 동작들이 어떨 땐 기도 같고 어떨 땐 경련 같다. 2인무, 4인무로도 바뀌는데 가면으로 두려움을 감추듯이 손바닥으로 서로 얼굴을 가려줄 땐 유머러스하다. 큰 춤과 작은 춤, 빠른 춤과 느린 춤 등이 리드미컬하게 흘러나온다. 느슨해진다 싶을 때 훅 낚아채는 감각도 좋다.

이야기 줄거리는 없다. 세련되게 편곡한 국악 판소리와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연주가 춤을 떠받친다. 노래는 "어허 품바가 잘도 돈다~"를 후렴구처럼 반복적으로 들려주는데 중간에 애국가와 '독도는 우리 땅'도 들어왔다 나간다. 김재덕은 "이리저리 끝없이 돌아다니는 느낌을 살리면서 우리 민족의 한이 서려 있는 가락들"이라며 "걸인들의 춤이지만 누더기가 아닌 블랙 슈트로 우아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2006년 초연한 김재덕의 대표작 '다크니스 품바'는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동냥질이다. 발레를 제외하곤 관객이 적어 사흘 공연이 최대치(이 또한 초대권으로 관람을 구걸하는 형편)인 국내 무용계에서 2019년 30회 장기 공연에 도전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대중성을 인정받아 올해 처음으로 LG아트센터에 초청됐다. "한국적 재료를 가지고 자아도취 상태로 즐기는 김재덕의 매력이 함축된 작품으로, 끝나면 '한바탕 잘 놀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무용평론가 장인주)는 평이다.

남성 춤꾼들로 구성된 모던테이블은 노래하는 무용수의 등장,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구성 등으로 화제를 모은 현대무용단이다. 이번 무대에는 '다크니스 품바'(60분)와 김재덕의 즉흥 솔로 '시나위'(15분)를 함께 올린다. 김재덕은 "공연을 하면 회당 1~2㎏씩 체중이 빠지기 때문에 무용수들은 '죽지 않기 위해' 하루 네 끼를 먹는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외 공연이 15편이나 취소돼 지금 심리적으로 무척 굶주린 상태"라고 했다. 기고자 : 박돈규 기자
본문자수 : 123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