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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아 수업' '필로코믹스' 등 철학 자기계발서 잇따라 출간

새벽 기상해 자기 계발을 하는 '미라클 모닝'을 한 달째 실천하는 IT 개발자 최원형(34)씨는 오전 4시 45분에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을 떠올리며 잠자리에서 빠져나온다. "지금처럼 침대에서 빈둥거리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만 생각하는 것이다. 침대에서 나오기 어려우면 이렇게 말하라. '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일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2019년부터 유행하던 철학 기반 자기계발서가 국내에서도 인기다. 3월 출간된 '스토아 수업'(다산초당)은 1만권 이상 팔린 데 이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어크로스) '필로코믹스'(이숲) 등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이 철학 기반 자기계발서들은 실용성을 강조한다. 철학은 당장 써먹을 수 있고, 내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기술이 되는가'(스토아 수업). '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같은 부제가 책 성격을 드러낸다.

'스토아 수업'은 제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카토 등 스토아 철학자 26명의 삶의 궤적을 다룬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고, 우리의 계획을 거스르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카토) "사람은 가진 것만 잃을 수 있는 법이다."(에픽테토스) 이 같은 철학자들의 주장을 통해 '내 손에 달린 것이 무엇인지 알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스토아 철학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기 삶을 바꾸지 못하는 철학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며 "철학의 실용적인 적용을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으로 시작해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처럼 죽는 법'으로 끝난다. 책 속에는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 니체처럼 후회하지 않는 법도 담겨 있다. 작가 에릭 와이너가 미국 스토아 철학 캠프, 영국, 인도 등을 여행하면서 철학자의 사상을 탐구하는 형식이다. 그는 책에 이렇게 썼다. "고대 아테네에 대형 서점이 있었다면 철학과 자기 계발 섹션은 하나였을 것이다. 그때는 철학이 곧 자기 계발이었고, 심리 치료였다. 실용적이었다."

'필로코믹스'는 '10명의 철학자가 말하는 행복의 비결'이라는 부제처럼 철학과 행복을 결합한다. 흔히 심리학이 다뤄야 할 '행복'을 철학자의 시선으로 분석한다. 만화 형식이라 접근성도 높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로 유명한 르네 데카르트가 "행복해지고 싶다면 자신에게 적합한 꿈을 품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들은 스토아 철학자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라'는 지침이 갈수록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살이에 도움이 된다는 것. 홀리데이는 "스토아 철학은 '세상은 통제할 수 없지만 세상에 대한 나의 반응은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며 "과거 미국 남북전쟁, 산업혁명 시기 스토아 철학이 인기를 얻었던 것처럼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매력을 뽐낸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잭 도시 트위터 CEO, 허핑턴포스트를 창간한 아리아나 허핑턴 등이 스토아 철학을 실생활에 적용하며 화제였다.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는 "세계를 바꾸는 것보다, 자기 자신이 통제하고 바꿀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는 것이 더 가치 있고 실질적이라 생각하는 세대가 출현하며 관련 책들도 반향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 철학 자기계발서 기고자 :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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