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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눈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고 그리고 판단한다. 눈은 마음의 창(窓)이다. 그런데 그 인간의 눈은 본래 뇌의 일부가 더듬이처럼 길어진 기관이다. 눈은 뇌의 일부분인 것이다. 눈 속에 있는 120만개의 망막세포는 시신경을 통해서 직접 뇌로 연결된다. 이렇게 수집된 시각 정보는 신체의 전체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47개의 뇌피질 중 32개의 뇌피질에 공급된다. 우리의 말과 생각과 행동의 68%는 시각 정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뇌를 대체하는 '인공지능'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능이 바로 '인간의 눈'과 '시각 지능'을 '컴퓨터와 알고리즘'으로 구현하는 역할이다. 그 인간의 눈에 해당하는 반도체가 바로 '이미지 센서'다. 눈이 없는 지능은 없다.

인공지능과 결합하는 이미지 센서

인간의 시각 지능을 대체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합성곱 신경망(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이라고 부른다. 이 모델에서는 인공지능의 학습과 판단 과정에서 합성곱이라는 행렬 계산을 거쳐서 영상의 특징이 추출된다. 모델에 사진이나 영상을 입력하면 사물이나 인간의 정체와 신분을 확인하고 다음 행동을 예측하며 설명문을 쓰거나 이를 기초로 창작을 할 수도 있다. 학습을 위해서는 인터넷, 소셜미디어, CCTV, 유튜브로 빅데이터를 수집한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1초에 60장씩 사진이 찍힌다는 미래를 상상하면 그 데이터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반도체 메모리 수요도 함께 폭발한다. 학습을 위해서 인공지능은 영상 데이터에 목이 마르다. 그래서 유튜브가 뜨고 넷플릭스가 번창한다. 이때 영상 데이터의 생산은 바로 이미지 센서의 몫이다.

이미지 센서도 실리콘 반도체로 만든다. 바야흐로 '실리콘 반도체 천하(天下)'다. 반도체 없는 인공지능은 없다. 스마트 이미지 센서는 스마트폰 카메라, 디지털 SLR 카메라, CCTV뿐만 아니라, 자율 주행 자동차에도 들어간다. 스마트 이미지 센서에는 빛을 전기 신호로 전환하는 부분과, 잡음이나 간섭과 같은 현상을 제거하며 데이터를 압축하기 위한 프로세서(ISP·Image Signal Processor)와 메모리가 들어간다. 현재 화소가 1억800만개(108M Pixel)를 넘고 인간의 눈 수준인 6억개까지를 목표로 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인공지능 기능이 추가된다. 그러면서 이미지 센서가 영상의 판단과 해석, 그리고 예측도 직접 수행한다. 이렇게 이미지 센서는 한 인공지능 컴퓨터 시스템이 되는 셈이다. 궁극적으로 스마트 이미지 센서가 인간의 뇌를 대체하게 될지도 모른다.

신뢰성·안정성, 자동차 반도체 핵심

휴대전화 뒷면처럼 자동차 내외부가 이미지 센서로 도배된다. 눈과 지능이 없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안전 주행을 위한 차량 및 차선 인식에 사용된다. 그리고 사람과 교통신호, 도로 표지판 인식에도 필요하다. 영상 인식을 통해서 주행 중 다양한 물체를 파악하고, 보행자를 탐지하며, 대상과의 거리와 공간 정보를 인식한다. 그리고 도난 방지, 운전자의 졸음, 감정과 건강 상태 관찰에도 사용된다. 현재 테슬라 모델3 자동차에는 14개의 이미지 센서가 들어간다. 결국 미래 자동차는 센서 덩어리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 센서가 자동차에 실제 사용되기 위해서는 일반 상용 반도체에 비해서 매우 엄격한 테스트와 패키징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동차는 북극에서도 정상 동작해야 하고, 적도 사막에서도 안전하게 운행되어야 한다. 특히 엔진 근처는 온도가 매우 높다. 그래서 보장해주어야 하는 테스트 조건이 휴대폰이나 가전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보다 휠씬 가혹하다. 허용 불량률이 0%다.

여기에 더해 전자파 테스트 조건도 엄격하다. 전기 모터로 구동되는 미래차는 전력 회로와 케이블에서 많은 전자파가 발생한다. 급발진이나 오동작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용 반도체가 전자파 내성을 갖도록 설계해야 한다. 개발 단계에서 반도체를 아예 전자파 통(Chamber)에 집어넣고, 전자파를 주입하는 상태에서 정상 동작도 확인한다. 번개를 인위적으로 치기도 한다. 이렇게 자동차용 반도체는 성능 못지않게 신뢰성과 안정성이 중요하다. 특히 국방이나 우주 산업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그 이상의 신뢰성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진정한 반도체 실력의 승부는 여기서 결정이 난다. 그래서 장기적 투자와 지원 그리고 인력 개발이 필요하다.

이미지 센서, 반도체 산업의 돌파구

이미지 센서는 메모리 반도체와 구조적으로 그리고 공정상에서 매우 유사한 점이 많다. 메모리는 격자 모양으로 규칙적으로 기억 셀을 설치한다. 마찬가지로 이미지 센서에도 화소들이 평면에 격자 구조로 배열된다. 그 화소의 크기도 나노 단위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초격차 메모리에서 확보한 나노 공정 기술과 설계 기술이 그대로 이미지 센서에 적용된다. 거기에 인공지능과 패키징 기술이 결합하면 국제적으로 최고 경쟁력을 확보한다. 이미지 센서가 바로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자동차 반도체 확보 경쟁에 전략적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옛말이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눈을 뜨고 생명을 다하면서 눈을 감는다. 우리는 보통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제대로 보는 인간도 필요하고 똑바로 볼 줄 아는 인공지능도 필요하다.

[그래픽] 스마트 이미지 센서의 사용처

[그래픽] 2018년 이미지 센서 시장 매출 / 2020년 적용 분야별 이미지 센서 매출 점유율 기고자 :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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