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구시대 사고 틀 벗지못해, 사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회장 직에서 사퇴하고 자녀에게 경영권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 영업정지와 경찰수사를 촉발한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의 코로나 예방 효과 논란에 대해 책임진다는 차원이다.

홍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국민과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자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사과문을 읽으며 눈물을 훔쳤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가 동물세포 실험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77.8% 저감시켰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후 주가가 요동치자 여론의 비난과 불매운동, 식약처 고발에 이은 영업정지와 경찰 수사에 이르는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이로 인해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도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했다.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인 홍 회장이 대중 앞에 나서 직접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홍 회장은 남양유업과 관련된 그간의 논란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그는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제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잘못은 제게서 비롯됐으니 저의 사퇴를 계기로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둬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홍 회장의 사퇴 발표는 회사 관계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홍 회장은 이날 오전 주요 임원들을 긴급 소집, "내가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964년 창업한 남양유업은 우리 기술로 생산한 최초의 분유인 '남양분유'를 내놓으며 국내 분유 시장을 이끌었다. 국내 발효유 시장 1위 업체이기도 하다. 홍 회장은 IMF 당시 무차입경영을 실현해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대리점 갑질 사건 이후 각종 논란에 휘말리면서 남양유업은 작년 처음으로 매출이 1조원 아래(9489억원)로 감소했고 771억원의 적자를 내며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기고자 : 이미지 기자
본문자수 : 121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