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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상 악단 베를린 필에선 진은숙 曲에 김선욱의 피아노

    김성현 기자

    발행일 : 2021.06.01 / 문화 A1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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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곡가 진은숙의 피아노 협주곡 5일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푸르트벵글러와 카라얀 같은 명지휘자들이 이끌었던 세계 최고의 명문 악단. 이번 주 베를린 필의 무대는 온전하게 한국 음악가들의 몫이 된다. 한국 작곡가 진은숙(59)의 피아노 협주곡을 한국 피아니스트 김선욱(33)이 협연하는 것이다. 5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베를린 필의 온라인 영상 서비스인 '디지털 콘서트홀'을 통해서 전 세계에 중계된다. 현재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인 사카리 오라모가 지휘봉을 잡는다.

    1997년 발표한 이 곡은 바이올린·첼로·생황 등 진은숙의 협주곡 중에서도 첫 협주곡에 해당한다. 현재 덴마크의 레오니 소닝 음악상을 받기 위해 코펜하겐에 체류 중인 진은숙은 31일 전화 인터뷰에서 "작곡 과정에서 내면적인 고민을 모두 쏟아 넣기 위해서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에 특별한 애착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2년여 전 베를린 필에서 이 협주곡을 연주하기 위해 작곡가에게 연락했을 때, 진은숙이 가장 먼저 떠올렸던 피아니스트가 바로 김선욱이었다. 악단도 흔쾌히 여기에 동의했다. 이번 공연은 김선욱의 베를린 필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4악장 20여 분 길이의 이 협주곡은 고난도의 연주력을 요구하는 현대음악 작품. 진은숙은 8년 전 김선욱이 스웨덴에서 이 협주곡을 처음 연주할 당시 일화를 들려줬다. 당시 공연 4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한 작곡가는 김선욱의 리허설을 들은 뒤 '연주 속도를 높여달라'고 부탁했다. 안 그래도 까다로운 작품을 더 빠르게 연주해달라는 작곡가의 주문에 당황할 법한 상황. 하지만 김선욱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척척 해냈다는 것이다.

    진은숙은 "주변에서도 '무리가 아니냐'는 걱정이 적지 않았지만 김선욱이 완벽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작곡가인 나 자신도 무척 놀랐다"면서 "당시 무대에서 '어린 거장'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뒤로 김선욱은 진은숙의 피아노 협주곡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한 피아니스트(10차례)가 됐다. 2014년 서울시향이 정명훈의 지휘로 진은숙의 협주곡 음반을 녹음할 당시에도 김선욱이 피아노 협연을 맡았다. 김선욱은 전화 인터뷰에서 "불협화음이 깔려 있지만 수정처럼 반짝거리면서도 정교한 구조를 지닌 작품"이라며 "연주할수록 밑바탕에 숨어 있는 새롭고 환상적인 면모에 놀라게 된다"고 말했다.

    정작 작품의 주인공인 진은숙은 레오니 소닝 음악상(상금 100만덴마크크로네·약 1억8000만원)을 받기 위해 덴마크에 머무느라 베를린 필의 공연에 참관하지 못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음악상은 스트라빈스키(1959년), 레너드 번스타인(1965년), 쇼스타코비치(1973년) 같은 당대 최고의 작곡가와 음악인들이 받았다. 진은숙의 수상을 기념해서 같은 날 코펜하겐에서도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이 작곡가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같은 날 유럽의 두 도시에서 진은숙의 협주곡이 동시에 울려 퍼지는 셈이다. 진은숙은 "몸이 두 개인 것도 아닌데 어쩌겠나. 그것이 인생"이라며 웃었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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