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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민주당, 문제는 다시 '싸가지'다

    황대진 정치부 차장

    발행일 : 2021.06.01 / 여론/독자 A3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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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 전 여권(與圈) 실세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당의장이었다. 2006년 지방선거 유세 버스에서 어렵게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함께 가는 30분간 정 의장은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2년 전 총선에서 국민이 우리를 152석의 부자로 만들어 줬다. 한마디로 조심 또 조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언론과, 국민과 불화를 빚었다. 속에 가진 생각이 아무리 바를지라도 태도가 잘못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나중에 그의 보좌진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태도가 문제였다는 말이냐"고 물었다. 그는 "태도라고 쓰고 싸가지라고 읽으면 된다. 언론에 대고 처음으로 당내 '싸가지 문제'를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2004년 총선에서 당선된 '탄돌이'들은 막말을 쏟아냈다. "어떻게 옳은 말도 저렇게 싸가지 없게 하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탄핵 역풍'으로 탄생한 당이 2년 만에 '싸가지 역풍'을 맞았다. 16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전북 1곳만 이겼다. 정 의장은 이듬해 대선에서도 참패했다.

    10년 뒤 민주당이 재집권했다. 이번엔 '탄핵 순풍'을 탔다. 문재인 시대의 '싸가지'는 노무현 시대의 오만에 내로남불을 추가했다. 친여(親與) 성향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문재인 정권의 행태를 보다 못해 '싸가지 없는 정치'란 책을 낼 정도였다. 민주당은 총선 압승 후 불과 1년 만에 치러진 4·7 재·보궐선거에서 두 번째 '싸가지 역풍'을 맞았다. 당 내부에서 '태도' 문제가 재소환됐다. 비문은 물론 친문 의원까지 반성문을 썼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낸 김영배 의원은 "태도의 문제가 있었다. 자기 문제에 엄격하지 않고 공정·정의를 실현해주길 바랐던 젊은 층의 요구에 늦게 대응했다"고 했다. 강경파로 꼽히는 윤호중 원내대표도 "우리의 태도는 선택적이고, 편의적이었다"고 반성했다. 한 중진 의원은 "잘못을 상대방에게 뒤집어씌우는 못된 버릇이 당내에 만연해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말과 달리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2차 싸가지 역풍의 주역 조국 전 법무장관은 법정 증언을 300번 이상 거부해 놓고 할 말이 많다며 책을 냈다. 민주당 여성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여성 의원에게 "야! 어디서 감히"라고 소리쳤다. 검찰총장 청문회에선 여당 의원이 뜬금없이 야당 의원의 전관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 의원이 "지금 누구 청문회를 하는 거냐"고 반발하자, "눈을 그렇게 크게 뜬다고 똑똑해 보이지 않는다"고 비아냥댔다.

    문 대통령도 선거 이후 달라진 게 별로 없어 보인다. "부동산 죽비를 맞았다"면서도 정책 기조는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야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놓고 상대의 말을 듣기보단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 "마스크는 언제 벗나" "부동산 지옥" 등 야당 대표들의 얘기에 대부분 반응하지 않았다. 곧이어 야당이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한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을 재가했다. 야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한 33번째 장관급 인사다.

    싸가지는 국어사전에 '사람에 대한 예의와 배려, 또는 그러한 예의나 배려가 없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돼있다. 싸가지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예의와 배려가 없는 사람과 누가 상대하고 싶겠나. 그래서 싸가지 없음은 불통의 시작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인생을 다시 산다면 나무를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적어도 재임 중에는 나무가 아닌 사람과의 소통에만 집중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먼저라고 하시지 않았나.
    기고자 : 황대진 정치부 차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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