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80) 예술에 대한 예의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발행일 : 2021.06.01 / 여론/독자 A31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그리스 고전기 미술의 정수 '원반 던지는 남자'가 한가운데 서있고, 그 대좌에 여인이 걸터앉아 그림을 그리는 여기는 도대체 어디인가. 그리스 신전 같은 황동색 기둥 사이사이, 흰 대리석이 돋보이는 은은한 푸른 벽을 배경으로 우리 눈에도 익숙한 비너스상과 화병 등 진귀한 예술품이 즐비한 이곳은 18세기 영국의 골동품 컬렉터였던 찰스 타운리(Charles Townley·1737~1805)의 저택이다.

    타운리의 직업은 말하자면 '땅부자'가 전부다. 영국 북서부 랭커셔에서 일어난 타운리가(家)는 기원이 무려 1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서 깊은 가문이지만, 16세기 종교개혁으로 영국이 로마 가톨릭에서 벗어나 국교회를 세운 다음에도 가톨릭 신앙을 고수한 탓에 박해를 받고 공직을 얻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도 프랑스에서 다녀야 했던 찰스 타운리는 이탈리아를 세 차례 여행하면서 고대 그리스 문화에 열광했고 엄청난 재산을 골동품 구입에 쏟아부었다. 그는 애지중지 모은 작품들을 온전히 전시하기 위해 런던의 저택을 개축했을 뿐 아니라, 이를 대중에게 개방하여 원한다면 누구든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했던 관대한 컬렉터였다. '물의 요정 클리티에상(像)'을 가장 아끼며 농담처럼 아내라고 부르기도 했다는 그는 실제로 미혼인 채 세상을 떴다.

    유언에 따라 타운리 컬렉션은 영국 박물관에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에 팔렸다. 조건은 딱 하나, 컬렉션의 격에 맞는 공간을 마련해 전시할 것. 덕분에 작품들은 지금도 타운리의 비너스, 타운리의 화병, 타운리의 원반 던지는 남자 등으로 불리며 많은 이의 찬탄을 자아내고 있다. 신앙이 달라도 예술에 대해서만큼은 예의를 지켰던 박물관 정책에도 박수.
    기고자 :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84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