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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視角] '영끌투자' 매달리는 청년들

    홍준기 경제부 기자

    발행일 : 2021.06.01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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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로 결정된 지난 3월 23일. 오 시장 테마주로 분류된 한 기업의 주가는 20.9% 상승했다. 같은 날 오 시장과 경쟁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테마주는 20.1% 떨어졌다.

    '오세훈 테마주'에 투자해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용돈 벌이'에 성공했다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정말 오세훈이 당선되면 해당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으니 "내가 바보인 줄 아느냐"라는 답이 돌아왔다. 투자자 대부분이 테마주 주가가 잠깐 급등할 때를 노려 단기 차익을 얻으려는 것이지, 누가 그 기업이 진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생각하겠느냐는 것이다.

    올해 1~4월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지사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에 주가가 급등한 종목 중 한국거래소가 투자자들에게 경고(사이버 얼럿)를 날린 종목만 20개다. 테마주에 투자해 운이 좋다면 단기간에 꽤 수익을 내겠지만, 반대로 매매 시점에 따라 큰 손실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테마주에 투자한 친구도 지난해 코스피 하락분의 2배 수익이 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가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리기도 했다. 이 ETF는 지난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순매수 기준) ETF였다.

    "2년 전 집을 사느라 3억원 대출을 받았는데, 은행 대출 이자보다 적은 수익이 나면 손해를 보는 것 같더라." 친구는 화끈한 수익률을 원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값은 내가 산 대구 아파트 3~4배 하잖아. 그런 게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는 것 같아." 이 말을 듣고서야 20~30대가 단기 고수익을 위해 '투자'와 '투기'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 젊은 투자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돈이 복사됐다'라는 표현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원본과 똑같은 복사본이 생기듯 100%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해 투자금과 비슷한 규모의 수익을 거둔다는 의미다. 돈이 복사되기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우량주에 분산 투자해 꾸준한 수익을 내라'는 전문가 조언을 따르기보다는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위험한 투자처'를 찾아나선다. 국내 증시처럼 하루 상승률이 30%로 제한돼 있지 않은 해외 증시 상품을 찾아나서고, 급등락을 반복하는 '잡코인(소규모 가상 화폐)'에 투자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수도권 아파트 등 주요 지역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애초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거나 그나마 투자할 자금이 있었던 사람과 이제 종잣돈을 모으고 있는 젊은 투자자들 사이의 간극이 크게 벌어진 것이다. 이런 K자 양극화의 '원인 제공자'인 정부는 젊은 투자자들이 자산 격차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기고자 : 홍준기 경제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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