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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28) 머리에서 가슴까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발행일 : 2021.06.01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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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세 이상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5월 27일 1차와 2차 접종자가 무려 71만1194명에 달했다. 이 중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사람은 57만5176명으로 전체의 80%가 넘는다. 그동안 AZ 백신은 화이자 백신에 비해 효율이 낮은 '이류'라는 둥, 혈전 등 부작용이 심하니 대통령이 1호로 맞아야 한다는 둥, 근거 없는 '백신 불안'을 조장하는 정치인과 언론이 많았음에도 우리 국민은 의연히 팔을 걷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뇌에서 가슴까지"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실제로 이 거리는 성인의 경우 약 36㎝밖에 안 되지만, 아는 것을 실행에 옮기는 데 뜻밖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미국 생활 15년 동안 참 많이 보았다. 실컷 토론하고 어렵게 결론을 이끌어내고도 막상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또 부지하세월 시간을 보낸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조심성은 존중하지만 솔직히 답답하다.

    내가 지켜본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언론마다 우리 사회의 장묘 문화를 걱정하며 조만간 전국이 무덤으로 뒤덮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통이란 본디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부정적으로 예측하는 문화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러나 환경 전문가들의 끈질긴 설명과 계몽 덕에 바야흐로 화장률 90% 시대를 맞았다. 지금은 화장장 부족이 고민이다.

    우리 국민은 일단 머리에서 이해되면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실행한다. 물론 머리가 이해하는 과정은 치열하다. 온갖 상반된 의견이 난무하고 차분히 다양한 의견을 숙고하기보다 다짜고짜 공격부터 퍼붓는다. 합리적 비판보다 흠집 내기식 비난이 판친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이런 와중에도 사실에 입각한 전문가들의 설명이 쉼 없이 이어지고 우리 국민은 끝내 옥석을 가려내어 현명하게 행동한다. 이게 대한민국의 역동성이다.
    기고자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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