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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57) 악수한 상대가 손을 자기 옷에 닦는다면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발행일 : 2021.06.01 / 여론/독자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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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수는 친밀감을 표시하는 인사 예절이다. 그런데 반갑게 악수를 한 상대방이 곧장 손을 자기 옷에 닦는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상대방이 싫다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면, '행동적 면역 시스템(behavioral immune system)'이 작동되어 일어난 행동일 수도 있다.

    보통 면역 시스템은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반응을 가리킨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우선 일반적인 대응을 하고, 백신을 맞으면 더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 있게끔 생물학적 면역 시스템이 작동된다. 그런데 행동적 면역 시스템도 함께 존재한다. 예를 들어 신선도가 떨어져 보이는 음식 재료에는 손이 가지 않는 것은 몸에 해가 될 느낌을 주는 것엔 회피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상한 음식 색깔을 입힌 접시에 음식을 담으면 식욕을 떨어뜨려 다이어트에 활용할 수 있다. 일종의 행동적 면역 시스템을 활용한 것이다.

    생체 에너지를 상당히 사용해야 하는 생물학적 면역 시스템에 비해 행동적 면역 시스템이 더 효율적이라는 긍정적 해석도 있다. 그런데 현재 팬데믹 상황에서 일어나는 '아시안 혐오' 같은 비정상적 분노 현상을 과도한 행동적 면역 반응으로 해석하는 주장도 나온다. 자신의 생물학적 생존에 위협을 줄 것 같은 부정적인 감정 자극에 대해 처음에는 '회피'라는 수동적 거리 두기 반응을 보이다, 더 강화되면 '배제'라는 적극적 거리 두기 반응을 나타내고, 심하면 '증오'라는 공격적 거리 두기에 이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코로나 감염 환자 4명 중 1명꼴로 우울 증상을 호소한다는 통계가 있다. 일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기까지 한다. 확진자가 느끼는 주된 스트레스 중 하나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낙인에 대한 우려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철저히 지켰는데 회사에서 자신만 코로나에 감염됐다며, '자기 관리도 못 한 사람'처럼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 코로나 감염 증상 자체보다 더 힘들다고 호소하는 분이 적지 않다.

    요즘 타인에 대한 짜증, 분노를 호소하는 이가 늘어났다. 세상이 긴 시간 비정상적으로 작동되다 보니 우리 마음 안의 위기 관리 시스템도 과열되고 있다. 중요한 정보와 필터로 걸러내야 할 정보를 잘 나누지 못하고, 분노와 같은 '비상 사이렌'을 지나치게 울리는 상황인 것이다. 분노, 혐오, 짜증 같은 내 마음의 감정 신호에 대해 살짝 한발 물러나 객관화해 바라보는 여유가 필요한 시기다.
    기고자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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