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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당신의 삶도 명품인가요?

    심우찬 패션 칼럼니스트·'벨에포크, 인간이 아름다웠던 시대' 저자

    발행일 : 2021.06.01 / 문화 A2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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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인기 있다는 '에르메스, 가방이야기'(5월 22일~6월 6일·디뮤지엄) 전시에 다녀왔다. 브랜드의 압도적 명성에 비해 다소 소박했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지퍼를 가죽 제품에 도입하는 혁신을 가져왔던 에밀 에르메스의 정신을 충실하게 구현한 전시였다. '에르메스'란 이름이 주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욕망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벽면 한쪽 버킨 백을 든 제인 버킨의 사진이었다.

    영국 출신의 제인 버킨은 1970~1980년대 프랑스 대중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20세에 프랑스로 건너온 이후, 그녀의 삶은 그 자체가 파격이었다. 모델이자 배우였던 그녀는 세기의 가수이자 작곡가였던 세르주 갱스부르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문화적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속삭이듯 나른한 목소리는 청순한 외모와 어우러져 뇌쇄적 매력을 더했다. 그녀는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술에 마약까지 손댄 남편 세르주의 계속되는 바람기 때문에 고통을 겪어야 했다. 에르메스에서 이런 그녀를 위해 만든 가방이 바로 '버킨 백'이다.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1990년대 중반 한 토크쇼에 출연한 제인 버킨에게 사회자가 물었다. "버킨 백을 가장 근사하게 드는 방법은 뭘까요?" 그녀는 주저 없이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올려져 있던 버킨 백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밟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스튜디오에는 탄식이 흘렀지만 그녀는 상관하지 않았다. 급기야 가방에 때를 묻히고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구겨지고 형태가 변해버린 백을 사회자에게 돌려주며 버킨은 말했다. "이제 좀 멋있어지지 않았나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만의 백, 바로 당신의 삶과 닮은 백을 들고 다니세요."

    커다란 충격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가방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여자의 당당한 패션 철학이자, 남들 시선 때문에 또는 남들처럼 보이고 싶어 긴 줄을 마다하지 않고 유명 브랜드 가방을 사야 하는 우리에 대한 그녀의 쓰라린 조언이기도 했다.

    ※6월 일사일언은 심우찬씨를 비롯해 김광희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 서현숙 삼척여고 교사·'소년을 읽다' 저자, 장세희 CJ ENM 해외콘텐츠사업국 마케팅팀장이 번갈아 집필합니다.
    기고자 : 심우찬 패션 칼럼니스트·'벨에포크, 인간이 아름다웠던 시대' 저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11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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