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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좀 알려주세요!" 소설가도, 대학교수도 사부로 모시는 13세 유튜버

    이기문 기자

    발행일 : 2021.06.02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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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억명 이용자 美 게임 '로블록스' 초등 유튜버 '옐롯' 최고수로 꼽혀

    "옐롯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대에서 23년간 융합콘텐츠를 가르치다가 지금은 혼자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를 연구하고 있는 이인화입니다."

    "안녕하세요, 옐롯님. 국립한경대학교 교수 서성은이라고 합니다. 이번 학기에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이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특강을 부탁드려요. "

    평론가와 소설가로 활동하는 이인화(55)씨와 서성은(45) 한경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로부터 간곡한 이메일 러브레터를 최근 수신한 '옐롯'은 초등학교 6학년 남자 어린이 유튜버다. 그는 온라인에서 신상을 노출하지 않고 노란 게임 캐릭터로 활동한다. 경상도 억양으로 200여개 영상을 통해 미국의 온라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게임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인 '로블록스' 전 세계 이용자는 2억명으로, 9~12세 미국 어린이의 3분의 2가 이 게임을 즐긴다.

    50대 소설가와 40대 교수는 10대 옐롯의 문하생을 자처한다. 그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게임 제작과 메타버스 세계를 배운다. 이씨는 다음 달 출간 예정인 연구서 '메타버스 이야기'에 옐롯을 소개하고 사진을 써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다. 서 교수는 로블록스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게임 기획과 제작, 스토리텔링 기법을 가르치고 있다. 옐롯에게 학기 말 특강을 요청했지만 완곡한 거절의 답이 돌아왔다. "이전에도 오프라인 강의 요청이 온 적 있는데 제가 아직 나이도 어리고 누구에게 강의할 정도의 실력과 말재주가 부족해서 힘들 것 같습니다."

    로블록스는 유튜브와 비슷하다. 유튜브에서는 영상을 볼 수도 있지만 직접 만들어 올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즐길 뿐만 아니라 직접 만들어 올릴 수 있다. 옛날 방식으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해 게임을 구현할 필요 없이, 블록을 조립하듯 필요한 요소를 가져다 쓰면 된다.

    예를 들어 만들려는 게임에서 '좀비'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치자. 로블록스 검색창에 '좀비'만 입력하면 여러 좀비 캐릭터들이 좌르르 나온다. 공포, 레이싱, 총싸움 게임 등 갖가지 장르의 신작 게임이 하루에 수만 개 쏟아진다. 수십 개가 아니라 수만 개다. 이용자들은 유튜브를 보듯 가상 세계를 떠돌며 5000만 개 넘는 게임을 향유한다. 서 교수는 "초등학생 딸이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보고 메타버스의 세계에 눈을 떴다"고 했다. "아이패드를 가지고 로블록스에서 만나 함께 게임을 즐기며 놀더라. 인문대인 미디어·문예창작과 학생들에게도 게임 수업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로블록스 안에선 경제 시스템이 돌아간다. 게임 아이템을 사려면 게임 속 화폐 '로벅스'가 필요하다. 현금으로 사거나 게임 활동으로 벌 수도 있다. 지난해 전 세계 127만 명이 각각 1000만원 이상을 벌었다. 이씨는 "히트를 친 게임 대부분이 10대가 만든 게임이기에 고수익자 대부분이 10대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메타버스를 이해하기 위해 올해부터 하루 세 시간씩 로블록스에 접속한다. 게임 속에서 그는 거지 캐릭터로 변신해 '구걸'을 한다고 했다.

    로블록스는 전 세계 200여 나라 이용자가 81개 언어로 떠드는 플랫폼. 그가 한국말로 "로벅스 좀 주세요"라고 입력하자 공룡 탈을 뒤집어쓴 캐릭터가 한국말을 알아보고 "파이팅"하며 3만원이 넘는 아이템을 쾌히 '적선'했다고 한다. "대화해보면 모두 10대다. 메타버스를 지배하는 세대는 10대다. 애들이 더 잘 안다. 지금까지 사회에서 어린 사람들은 항상 피지배와 훈육의 대상이었지만, 메타버스 세계에선 관계가 역전됐다. 이런 세계에서는 어른들도 어린이에게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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