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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맞읍시다] "아유 어서와~ 같이 얘기만 해도 좋네 그려"

    김윤주 기자 이영관 기자 김동현 기자

    발행일 : 2021.06.02 / 종합 A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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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종자 인센티브 첫날

    "아이고, 그동안 감옥살이하는 줄 알았어. 백신 맞으니까 좋네!"

    1일 오후 1시,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위치한 대원경로당. 박금택(80)씨가 손목을 내밀어 체온을 재더니, 꼬깃꼬깃 접은 '예방접종 증명서'를 재킷 주머니에서 꺼내 노인부회장에게 보여줬다. 박씨는 "혹시 코로나 걸릴까 걱정돼 경로당 온 게 1년 3개월 만"이라며 "집에 혼자 있어서, 여기가 유일하게 사람 만나는 곳인데 오늘 사람들이 많이 좀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경로당은 이날 오후 1시 '백신 접종 주민'을 대상으로 6개월간 닫았던 문을 다시 열었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방역 당국과 지자체가 그간 갈 곳이 많지 않았던 노년층 주민을 위해 '제한적 입장'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백신 1차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는 2주가 지났거나,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친 사람은 접종 증명서를 보여주면 입장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하루 30~40명이 찾던 곳인데, 이날 문을 연 지 1시간 30분 만에 주민 12명이 '증명서 인증'을 마치고 경로당에 입장했다. 경로당 2층에선 '10원짜리 고스톱 판'이 벌어졌다. 화이자 2차 접종까지 마쳤다는 최희웅(80)씨는 "오랜만에 만났으니 치매 예방 차원에서 한번 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창희(79)씨는 "코로나 때문에 묶여 사느라 아주 혼났다"면서 "여기 나와서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살 것 같고 아주 활기가 생긴다"고 했다.

    주민들이 속속 입장할 때마다 "아유 어서 와, 반가워요" "오랜만이네"와 같은 인사가 오갔다. 화두(話頭)는 단연 '백신'이었다. 이들은 "백신 어디서 맞았어? 구민회관?" "맞고 안 아팠어?" 같은 대화를 나눴다.

    방역 당국이 '백신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시작한 1일,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방역 수칙을 완화하며 전국 곳곳에서 대면(對面) 모임이 시작됐다. "이제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나왔다.

    작년 3월부터 대면 면회가 금지됐던 요양병원에서도 1일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면회가 재개됐다. 환자나 면회객 중 어느 한쪽이라도 '2차 접종'을 마치고 2주가 지나면 만날 수 있도록 지침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9시 15분, 경기도 광주시 한 요양병원에선 김창일(83)씨가 입원한 아내 구모(77)씨를 1년 4개월 만에 만났다. 요양보호사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구씨는 남편 얼굴을 보자마자 왈칵 눈물을 쏟았다. 김씨는 "괜찮아, 괜찮아"라며 아내를 다독였다. 노부부는 손 소독제를 손에 바른 뒤 두 손을 꼭 잡았다. 김씨가 "몸은 좀 어때"라며 손과 다리를 주무르자, 구씨는 목이 멘 듯 말을 못 잇다가 "주물러주니까 좀 낫네…"라고 했다. 둘은 20분간의 짧은 면회를 마쳤다.

    이날 전국 식당에선 '직계가족'의 모임 제한도 완화됐다. 사적 모임은 5인 이상 금지여도, 직계가족은 8인까지 허용해왔는데 백신을 1차라도 맞고 2주가 지난 사람은 '추가 동석'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백신을 맞았다면 10명 가족 모임도 할 수 있다. 사적 모임 제한 완화는 7월부터 이뤄진다.

    자영업자들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강원도 원주시에서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김모(37)씨는 "방역 지침 중 자영업자에게 치명적이었던 인원수 제한이 완화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 대표는 "자영업 종사자들도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백신양이 충분히 확보돼, 손님들이 음식점을 찾는 데 느끼는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기고자 : 김윤주 기자 이영관 기자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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