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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코인 광풍에 대한 노벨상 석학들의 경고

    나지홍 경제부 차장

    발행일 : 2021.06.03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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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6만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지금은 연초 수준인 3만달러대로 반 토막 난 비트코인에 대한 경제학계의 평가는 냉정하다 못해 싸늘할 정도다. 2018년 4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노벨 퍼스펙티브 라이브(Nobel Perspective Live)'에 참석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당시 상황을 전한 외신에 따르면, 2011년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 등 참석자 4명은 비트코인에 관한 질문을 받고 썩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2016년 수상자인 올리버 하트는 "(비트코인에 대해) 이해해보려 노력했지만, 악전고투(struggle)였다"며 "크리스토퍼 심스(2011년 수상)가 비트코인은 가치가 제로라고 했는데, 내 생각과 같다"고 했다. 제임스 헤크먼(2000년 수상)은 비트코인 투자를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과 같다고 했고, 앵거스 디턴(2015년 수상)은 비트코인의 쓰임새를 묻는 질문에 "당신이 범죄자라면 (돈세탁을 위해) 유용할 것이다. 다른 용도는 모르겠다"고 쏘아붙였다.

    가상 화폐가 지불 수단이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 같은 화폐의 기능을 못하고, 오로지 투기의 대상일 뿐이라는 부정적 평가는 다른 노벨상 수상자들에게도 광범하게 퍼져 있다. 폴 크루그먼(2008년 수상)은 비트코인을 '사기(fraud)'라고 했고, 조셉 스티글리츠(2001년 수상)는 한술 더 떠 "불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주요국 금융 당국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3월 "가상 화폐들은 변동성이 매우 높고 기본 내재 가치가 없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유용하지 않다"면서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의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경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상 화폐 가격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2017년 말 2만달러를 찍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2018년 4000달러까지 급락했지만, 올 상반기에 다시 종전 최고치를 뛰어넘었다. 버블 경고를 무시하고 가상 화폐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의 모습은 마주 오는 열차 앞에서 누가 끝까지 버티는지 담력을 테스트하는 치킨게임을 연상케한다.

    전문가들은 치킨게임을 닮아가는 가상 화폐 열풍을 '더 큰 바보 이론(The greater fool theory)'으로 설명한다. 경제학자 케인스에서 비롯된 이론인데, 투기적 시장에서는 비싸게 산 자신이 바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더 비싼 값에 사갈 '더 큰 바보'가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계속 투자한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폭탄 돌리기다. '광기, 패닉, 붕괴-금융위기의 역사'라는 책을 쓴 경제 버블 연구의 대가 찰스 킨들버거의 분석도 곁들여진다. 그는 불나방처럼 투기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 "친구가 부자가 되는 것만큼, 사람의 분별력을 어지럽히는 일은 없다"고 했다.

    버블이 유지되는 동안은 모두가 큰돈을 벌었다는 착각에 빠지지만, 버블이 깨진 뒤 결과는 참혹해진다. 영어로 백만장자를 뜻하는 밀리어네어(millionaire)란 단어는 프랑스 역사상 최대 버블인 18세기 초 '미시시피 버블' 때 만들어졌다.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미국 미시시피강 일대의 개발 독점권을 가진 회사 주가가 1년 만에 500리브르에서 2만리브르로 40배 급등하면서 100만리브르를 가진 사람(밀리어네어)이 넘쳐난 것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 회사가 파산하면서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됐다. 최대 피해자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뒤늦게 뛰어들어 상투를 잡은 사람들이다. 버블에 취하면 벼락부자가 벼락거지로 전락하는 것도 한순간이다.
    기고자 : 나지홍 경제부 차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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